경제·금융

[美, 이라크 공격/세계 무역질서 전망] WTO체제 붕괴위험 경제블록화 심화

이라크전을 계기로 세계무역기구(WTO)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세계 무역질서에도 격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정치에서의 미국의 패권주의가 국제무역으로까지 확대돼 기존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우선 당장 WTO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으며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간의 무역마찰로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WTO 체제 붕괴 가능성도 제기 미국이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합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을 단행함으로써 WTO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간 WTO를 통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질서 규범을 세워나갔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공격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UN 무력화와 일방적인 대외노선으로 말미암아 WTO로 대표되는 국제 무역질서의 권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대신 다자간 협의체인 WTO의 정신은 뒤로 한 채 국가간 친밀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주도할 이 새로운 무역질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두 국가들끼리 체결되는 FTA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 무역체제의 토대를 와해시켜 지구촌 전체의 기존 무역질서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에드워드 그레험 연구위원은 "미국의 입맛에 맞게 추진되는 FTA는 신보수주의의 다른 모습"이라며 "이는 WTO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 미, 유럽의 경제 블록화 심화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이라크전이 발발함으로써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의 무역 등에서의 경제적 갈등도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은 해외판매법인 면세법과 관련, 미국에 무역으로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으며 미국도 EU가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의 해묵은 감정은 여전히 가라앉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양측의 무역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 실제 전쟁 발발 후 EU의 WTO 대표인 칼르로 트로이안은 "통상 UN의 승인 없이는 전쟁을 선포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EU는 이달 말부터 미국에서 수입되는 보석ㆍ의류 등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양측의 무역마찰로 상호 배타적인 유럽과 미국의 경제 블록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제 블록화는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가 상호 대립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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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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