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새해에 듣고 싶은 쓴 소리

입만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쓴맛과 매운맛을 두루 다 좋아하는 입에 비해 달콤한 맛을 골라 찾아 다니는 인체 기관이 바로 귀다.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라도 달콤한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귀이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당연히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가까이하기 마련이다. 비록 옳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듣기 거북한 말은 꺼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자기 잘못을 지적해주는 말이라면 더욱 싫어지고 그 말을 해준 사람조차 미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좋은 약이 몸에 쓰듯 말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YES’라는 달콤한 말을 해줄 때 ’NO’라는 쓴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가장 소중할 수도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신하들에게 상을 내렸다고 한다. 자신의 뒤에서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에게는 작은 상을 내리고 글로써 자신의 과오를 지적해주는 사람에게는 보통의 상을 내리는 대신 자신의 면전에서 자신의 실수를 직접 지적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큰 상을 내릴 것을 명했다고 한다. 쓴 소리 듣기를 자처한 것이다. 후한의 광무제는 사냥을 나섰다가 밤늦게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제인 자신에게조차 성문을 열어주지 않은 성문지기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초경 이후에는 성문을 열지 말라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황제에게조차 문을 열어주지 않는 원칙을 굳게 지키며 자신을 나무라는 신하에게 벌 대신 상을 준 셈이다. 혹시 지금 여러분 주위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 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주변에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많이 있는지, 듣기 싫은 말이지만 옳은 말 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지 살피는 것은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지 판단하는 좋은 방법이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만 모이게 마련이고 옳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모이지 않는 법이다. 위왕이나 광무제처럼 쓴 소리를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신이 달콤한 소리만 듣고 싶어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쓴 소리 하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못 되는 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쓴 소리를 많이 듣는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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