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패션업계 ‘출혈경쟁’ 그만

최근 강남의 한 캐주얼 의류 브랜드 가두점 앞을 지나가다 보니 대형 쇼윈도에 빼곡하게 붙여 놓은 빨간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벌 사면 한 벌 더 드립니다.` 한 패션업계 종사자는 얼마 전 마포역 주변에서 라면상자 안에 가득 담은 브랜드 의류가 70~80% 할인된 가격에 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땡처리 업자겠거니 하고 말을 건네봤는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판매가 부진하자 해당 브랜드 직원이 트럭에 재고를 싣고 여기저기서 `번개` 염가판매를 하고 다니는 중이라 했다고 한다. 캐주얼 브랜드의 경우 옷 한 벌 팔아서 업체가 남기는 이익은 평균 30~40%선. 이 정도 할인이면 출혈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패션업계에서 그나마 장사가 잘된다던 캐주얼 업계는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몰려온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 세일 브랜드가 할인경쟁에 뛰어든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업계에서는 제법 확고한 위치를 굳힌 브랜드가 매물로 나왔다느니, 실명이 거론되는 몇몇 업체는 자금사정 때문에 얼마 더 버티지 못할 것이라느니 하는 `괴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이미 몇 달 전부터 제기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당장 손님 끌기에 급급해서 대책 없이 폭주를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초부터 캐주얼, 특히 감성 캐주얼이 잘된다고 하니까 너나 없이 몰려와서 비슷한 옷을 찍어댄 것이 화근”이라며 “결국에 소비자가 식상해서 돌아서는 것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요즘 중저가 캐주얼 중에서 재고나 자금사정이 그나마 괜찮다는 한 업체는 늑장을 부리느라 남들과 같은 시기에 감성캐주얼로 방향 전환을 못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다른 업체들의 부러움 섞인 빈정거림을 사고 있다는 후문이다. 패션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에는 의류시장이 완만히 회복되는 가운데 특히 아웃도어와 유아동복 시장이 각각 20%와 10% 가량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한다. 조금만 `된다` 싶으면 앞뒤 안 가리고 몰려가 시장을 초토화시키는 일이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활산업부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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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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