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3일] 증권가의 인재 퇴출

증권사 경영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젊은 직원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실패나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립 서비스(lip service)’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이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경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센터의 신참 연구원을 가리키는 ‘RA(Research Assistant)’들은 최근 증권가를 휩쓰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 1순위’로 떠올랐다. H증권사의 RA 5명은 최근 인력 개편 계획에 따라 채권 관련 부서 등으로 인사발령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S증권사에서는 5명 내외의 연구원들이 ‘퇴사’ 혹은 ‘타 부서 전출’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증권사의 한 RA는 지난해 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외국계 증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국계 증권사의 RA들은 최근 들어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이처럼 리서치센터의 ‘젊은 피’들이 인력 구조조정 ‘1순위’로 떠오르는 것은 쉽게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연간 단위로 고용을 갱신하는 ‘계약직’이다. RA는 당장은 수익에 보탬이 되는 인력은 아니다. 이들의 분석 역량과 영업 능력은 선배 연구원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상당 기간 돈을 들여 키워야 한다. 하지만 RA 해고를 통한 비용 절감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 증권사의 팀장급 애널리스트는 “RA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리서치의 질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없으면 통계ㆍ자료수집 등 연구보조 업무도 선배 애널리스트들이 떠맡아야 한다. 깊이 있는 분석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RA는 리서치의 ‘씨앗’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아직은 한겨울’이라며 씨앗을 내팽개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정신’을 갖춘 젊은 인재는 증권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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