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설비투자 위축 현실화

상반기 5.2% 증가…작년 조사치 절반수준대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 둔화는 예상됐던 일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자못 심각한 상황이다. 올 한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5.2%에 머문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선제 경영'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기업활동에 필요한 기초 투자만 하는'방어형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욱이 국내 간판급 기업들의 투자증가율이 5%에 그친다면 산업 평균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내수와 수출부진에 따른 설비투자위축은 생산ㆍ고용감소-성장률 둔화- 투자 위축-성장잠재력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바닥권 설비투자심리 대기업들의 몸사리기 경영은 일단 지난해 설비투자 실적과 비교해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증가율(21.6%)보다 급락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들이 계획된 투자마저도 보류한다는 점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 200대기업들의 상반기투자실적은 13조9,612억원. 이는 지난해 말의 계획치보다 16%나 감소했다. 투자위축은 하반기에도 이어져 연간 설비투자증가율은 당초 10.8%에서 5.2%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정부가 최근 핵심역량진출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예외인정 등 기업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해 기업활동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바닥권으로 떨어진 투자의욕을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종별 극심한 양극화 IT 산업과 전통 산업간 설비투자에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조선과 철강금속은 각각 50%와 55.2%의 대폭적인 투자증가가 예고된 반면 반도체ㆍ전자부품ㆍ컴퓨터 등 IT 산업은 세계적 수요부진과 재고 조정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투자를 늘리겠다는 업종도 내용면에서는 부실한데다 직접 금융의 길이 막혀 있어 하반기 중 투자여력도 신통치 않은 편이다. 50%를 늘린다는 조선의 경우 상반기중 투자가 거의 집행돼 하반기에 투자여력이 거의 없고 철강 금속은 증설을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주로 기존 설비의 합리화작업에 치중하고 있어 생산과 고용증대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특히 컴퓨터는 당초 계획에 비해 상반기 실적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컴퓨터 시장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도 D램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실제 투자가 29%나 감소했다. 다만 수출과 내수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는 상반기에 당초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진데다 하반기에도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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