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17일] 에어컨


1902년 7월17일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인쇄소에서 젊은 기사가 환풍구와 난방장치를 뜯어고쳤다. 얼마 후 온도와 습도가 떨어졌다. 현대식 에어컨의 첫 가동 순간이다. 기사의 이름은 윌리스 캐리어(Willis H Carrier). 1876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재봉틀이며 벽시계 등 기기를 고치는 데 만물박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기계부속을 장난감으로 갖고 놀며 자랐다. 불황 때문에 고교 졸업 후 농장에서 2년 간 일한 뒤 1895년 전액장학금을 조건으로 코넬대학에 입학, 1901년 기계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은 난방기기 업체인 버몬트제작소. 커피와 목재 건조법, 배기관의 열 측정 등으로 입사 반년 만에 실험실 책임자가 된 캐리어에게 회사는 난제를 맡겼다. 주요 고객인 셔킷 빌헬름 출판사의 인쇄물이 여름철이면 고온과 습도 때문에 변질되는 점을 해결하라는 것. 캐리어는 역발상을 내놓았다. ‘난방용 배관에 차가운 공기가 흐르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실행한 결과 온도와 습도를 통제할 수 있었다. 캐리어는 1906년 에어컨 특허를 얻고 회사의 실험실 분야를 떼어내 자회사 형식으로 독립했다. 1915년에는 대학동문 6명과 3만2,600달러를 투자해 완전 독립했지만 초기 영업은 낙제점. 비싼데다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인기를 끈 것은 1920년대 이후. 백화점과 극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커나갔다. ‘시원한 곳에서 해악만 끼친다’는 비난을 샀지만 의회(1928년), 백악관(1929년) 등을 거쳐 2차 대전 후에는 개인주택용이 불티나게 팔렸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고층 빌딩이며 우주선ㆍ정밀공업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인류 최대의 발명품’으로 꼽았다는 에어컨의 발명은 이 덕분이다.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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