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시장 안정 되찾았나

◎겉으론 투기 진정국면 속으론 거센 상승압력/일 산요증권 부도에 종금 외화자금난 겹쳐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외환시장이 겉으로는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기운이 가득하다. 최근 외환시장은 ▲일본 산요증권의 부도와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 ▲매일 2억달러 이상의 외화자금을 필요로 하는 종금사 ▲한국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달러환전 수요 등이 겹치면서 거센 환율상승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외환당국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 6일 방어선을 달러당 9백70원에서 9백75원으로 후퇴했다. 하오들어 강력한 개입으로 한때 9백70원선까지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무척 버거운 모습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당 1천원」진입설을 다시 내놓고 있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안팎의 여건은 무척 나쁘다. 시장관계자들은 산요증권 부도를 한국 금융기관들의 도산가능성과 연결짓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일부 종금사의 파산이나 합병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이어서 일본 유수 증권회사의 부도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이날 엔화에 대한 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23엔대로 올라선 점도 환율상승을 우려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종금사의 외화자금난도 심각하다. 종금사들의 달러수요는 하루 2억∼2억5천만달러. 달러를 구하기 위해 외환시장으로 몰려드는 종금사들이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이달중 만기도래하는 해외발행 양도성예금증서(CD) 30억달러의 재연장이 어려워질 경우 말 그대로 외화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외화자금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한 국책은행은 최근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려다 상대 은행이 종전 0.5%포인트 수준이던 가산금리를 2%포인트나 높게 요구하는 바람에 자금차입을 포기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투자가들도 문제다. 지난달 외국인들의 순매도규모는 9천6백41억원. 11월들어 지난 3일과 4일 1천2백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5일엔 다시 3백91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처럼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외환당국의 입장은 단순명료하다. 당국은 늘 환율방어선을 후퇴하면서도 『현재 환율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경고를 잊지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환율방어선을 계속 후퇴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환율상승압력을 서서히 반영, 불안감을 가라앉히면서도 인위적인 원화 고평가는 피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이후 외환시장의 불안을 몸으로 겪어온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불안의 원인을 달러가수요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안팎의 환율상승압력이 왜 발생했는가를 분석하고 신속히 대응전략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위기 타개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의 「불안한 평온」은 언제 깨질지 모를 일이라는 얘기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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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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