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용고시학원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동 일대의 단독주택가에는 최근 새로 짓는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이 지역 A공인의 한 관게자는 “요즘은 땅만 있으면 건물이 들어선다”며 “지난해부터 하나씩 늘더니 올해 들어서만 주변에 4~5채는 새로 올라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낡은 집을 사들인 후 원룸 등으로 지어 임대사업을 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학ㆍ학원가 일대 ‘고시촌’에 임대사업용 다가구ㆍ다세대주택 신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공무원 고시’ 열풍이 확산되며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직장인들의 원룸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맞춰 공급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노량진ㆍ신림동 등 이른바 고시촌 일대 임대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늘면서 노후주택을 헐고 새로 짓는 다가구ㆍ원룸주택이 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고시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7ㆍ9급 공무원을 비롯, 경찰직ㆍ소방직ㆍ임용고시생들이 많은 노량진 일대의 경우 고시를 준비 중인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주변 원룸ㆍ다가구까지 고시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지역 탑공인 이상수 대표는 “최근 방 10개 안팎을 갖춘 40~50평대 다가구주택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매물이 부족하자 일부 업자들이 기존 주택을 사들여 신축이나 증축을 통해 이를 되파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방 10개 정도를 갖춘 다가구주택은 매매가가 5억원 정도에 이른다. 기존에는 단순한 고시원 형태의 저렴한 방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대거 늘면서 에어컨을 비롯해 가전제품 일체를 갖춘 옵션형 원룸이 인기를 끌고 있다. 4~5평짜리 일반 다가구주택은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 25만~35만원 수준이지만 원룸형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40만~50만원선이다. 여의도에 직장을 둔 최모(31)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행시를 준비하다 보니 고시원에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워 주변 원룸을 구했다”며 “임대료가 만만치 않지만 세입자 대부분이 고시 준비생이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고시촌으로 유명한 신림동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저금리로 인해 월세 비중이 훨씬 높아지고 학생들도 하숙이나 자취보다는 원룸을 선호하면서 서울대 후문 근처나 신림2ㆍ9동에는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원룸으로 바뀌는 건물이 급증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사시를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멀쩡한 집을 부숴 새 집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원룸으로 지어진다”고 말했다. 신림동 K공인의 한 관계자는 “기존 원룸 건물을 사겠다는 수요가 늘었지만 매물이 많지 않다”며 “연 8~10% 정도의 수익이 가능하다 보니 매수세가 꾸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