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형우 포스코개발 소장

서울경제신문과 과학재단이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27회(6월) 수상자로 포스코개발 마이다스센터의 이형우(李亨雨·39) 소장이 선정됐다. 李소장은 아파트·교량 등 대형 구조물을 설계할 때 안전도를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를 개발한 공로로 이 상을 받게 됐다. 마이다스는 구조물 해석과 관련된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로, 이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실현하는 한편, 연간 500억원 가량의 수입 대체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연구 활동과 업적을 소개한다. /편집자주「김구선생 같은 기술자가 되자」 웬지 이상하다. 「백범」과 「기술자」.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 해괴한 문구가 바로 이형우 소장의 좌우명이다. 왜 그랬을까. 과학자는 많다. 에디슨 아인쉬타인 퀴리부인…. 굳이 외국인을 나열할 필요도 없다. 장영실 최무선 우장춘…. 문명을 빛낸 수많은 과학자를 놔두고 그는 왜 하필 「백범 같는 기술자」가 되고 싶은 걸까. 그의 연구활동을 들여다보는 일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원래 설계 전문가다. 부산대학교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86년 대우중공업에 입사, 플랜트 설계 업무를 맡았다. 또 89년 현 직장인 포스코개발로 자리를 옮겨서도 설계본부에 소속돼 비슷한 일을 해 왔다. 그러나 설계를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핵심 분야를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외국에 자문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국익이 유출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능률까지 떨어졌다. 대형 구조물일 경우 더 심했다. 설계를 할 때부터 반드시 안전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그 기술이 전무했다. 모든 것을 외국 기술에 의존하든지, 필요없이 자재가 많이 들어가는 값비싼 건물을 짓든지 둘중의 하나였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때부터 李소장은 하나만을 생각했다. 「기술 독립」. 그게 그의 「소원」이고, 앞으로 남은 삶의 「화두」였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백범이 「나라의 완전한 자유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듯이. 길은 역시 험난했다. 「세계에서도 극소수의 국가만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설계한 대형 구조물을 그대로 지을 경우 과연 안전한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명해주는 고난도 소프트웨어. 개발하는데 적어도 100년이 걸린다는 소프트웨어. 「정말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모두들 『꿈』이라고 비웃었다. 그래서 그에게 이 소프트웨어 개발은 단순히 「연구」가 아니었다. 목숨을 건 「독립 투쟁」이었다. 밥먹듯 늘 밤을 샜다. 다행스러운 건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림자처럼 함께 한 「동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89년 개발 초기부터 10년째 「한 솥밥」을 먹고 있는 류승일 차장과 김근섭·박임구 두 과장. 그들은 10년간 단 한 번도 곁눈질을 하지 않은 「동지」였다. 또 10여명의 마이다스센터 직원, 박득표(朴得杓) 포스코개발회장과 이장오(李長吳) 설계본부장도 끊임없이 지원의 손길을 놓지 않은 「동지」였다. 무엇보다 부인 정순일씨(39)와 두 아들(상호와 상윤)도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러길 7년. 마침내 96년 가을 마이다스 첫 상용버전이 나왔다. 「기술 독립」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시장의 반응이었다. 6개월만에 외산을 제치고 국내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특히 2년여만에 현대 대우 LG SK 등 주요 건설회사를 비롯해 주택공사 한국통신 등 공기업, 서울건축 등 유명 설계사 등 총 320여개 건축 관련 기관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다스가 개발됨으로써 연간 약 500억원 가량의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머지 않아 연간 50억원 정도의 수출도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독립」이 실현된 것이다. 마이다스에 과한 李소장의 열정을 표현한 한 직원의 글이 재미있다. 『李소장이 마이다스를 사랑하듯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다 타버렸을테니까.』(마이다스센터 김혜숙씨) /이균성 기자 GSLEE@SED.CO.KR 이형우 소장(오른쪽)이 구조물 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를 통해 설계한 건축물의 설계도를 보며 한 직원과 상의하고 있다. 마이다스(MIDAS)란 아파트 등 대형 건축물을 설계하고 안전도를 평가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아파트를 짓고나서 안전도를 평가하는 일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설계할 때부터 설계대로 지을 경우 그 구조물이 안전할 것인지를 반드시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마이다스는 이 분야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 세계에서도 선진 6개국만 이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 마이다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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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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