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9월 1일] 펀드환매 교훈 벌써 잊었나

이연선 증권부 기자

여의도 증권가를 아연 긴장시켰던 펀드 대량환매 사태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코스피 지수가 1,700포인트를 넘기 무섭게 하루 수천억원씩 뭉칫돈이 빠져나갔던 국내주식형펀드는 이제 1,720선에서도 자금이 순유입될 정도로 여유를 되찾았다. 아직 1,800포인트 이상에서 빠져나갈 펀드자금이 10조원 이상 대기하고 있다지만, 1,800선을 넘으면 증시 분위기가 반전되며 오히려 펀드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자산운용업계를 보면 과연 떠났던 펀드투자자들이 돌아올 만큼 달라졌는가에 물음표를 찍지 않을 수 없다.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너도나도 인기에 영합하는 펀드를 양산해내는 모습이 3년 전과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업계에선 소수종목에 투자하는 랩 어카운트에 돈이 몰린다는 소식에 ‘핵심’종목 20~30개만 ‘압축’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비슷한 개념의 펀드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또 주가를 예측하기 힘든 박스권 증시에 ‘스마트’한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주식을 ‘분할매수’해주는 방식으로‘목돈관리’를 해주는 분할매수펀드 역시 앞다퉈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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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운용업계를 보면서 뚝심 있는 투자원칙, 장기투자에 대한 책임감보다 반짝 인기에 영합하기 급급한 ‘한철 장사’의 모습만 보인다고 말하는 건 기우일까. 유행이 지나면 관심을 못 끄는 펀드는 또 다시 자투리펀드로 전락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실망하고 떠날 것이다.

지난 4월 펀드 대량환매에 놀란 운용업계는 이례적으로 사장단이 참석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주식형펀드 환매 특별대책반’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펀드투자자들을 붙들긴 어렵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해봤자 돌아오는 건 냉소라는 걸 뼈 아프게 배웠다.

펀드 엑소더스 현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금 업계는 인기상품이나 높은 단기수익률에 연연하기 보다 기본으로 돌아가 투자원칙을 되새길 타이밍이다. 투자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장기투자를 권유하지 말고, 운용사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중하게 계획하고 투자하는 모습이 아쉽다.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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