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상가이자 영국 출신 승려인 아잔 브람(63) 스님이 제2차 세계 명상 힐링캠프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22∼25일 강원도 인제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500여명이 참여하는 집중명상 템플스테이 지도를 앞두고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기독교 학교에 다니면서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러던 가운데 17세에 불교 서적을 읽으면서 불교에 눈을 떴다.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태국의 아잔 차 스님의 제자가 돼 오랫동안 수행한 뒤 호주로 건너가 남반구 최초의 사찰을 세웠다.
아잔 브람 스님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대해 "이걸 오래 들고 있으면 점점 무거워지고 팔도 아파 옵니다. 슬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갖고 있을수록 고통이 커집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이 부모 형제에게 말할 기회가 있다면 뭐라고 할까요? 자신들을 기억하고 슬퍼하되 너무 오래는 매여 있지 말라고 할 겁니다. 부디 잘 살아남아 달라고, 그게 자신들을 잘 기리는 길이라고…."
아잔 브람 스님은 16세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를 아주 많이 사랑했지만 슬픔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건 콘서트가 끝난 것과 비슷합니다. 다시는 그 음악을 못 듣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운이고 행복이었으니까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보다는 감사를 표했죠. 그동안 아버지의 아들로 있게 해줘서 고맙고 행복했다고요."
그는 "한국 사회는 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복종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탓하고 벌을 주는 데 집착하면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은 처벌보다도 왜 일어났는지 진실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물론 현재 한국의 일반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보이는 자비와 화해·용서라는 단어를 꺼냈다.
"남을 탓하면 나에게는 좀 더 쉬워질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비와 용서를 실천함으로써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분노와 비난은 고통을 줄여주지 못하고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