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수위에 '노'라고 하는 '영혼 있는 공무원'

국방부를 시작으로 각 정부부처가 11일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들어갔다. 인수위원들 앞에 선 관료들은 입사 면접을 보는 취업준비생처럼 잔뜩 긴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는 공직자들이 적지 않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떠오르는 권력에 대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당당한 소신과 용기는 공직사회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려는 인수위의 계획에 대해 병영자원 부족과 전투력 약화, 재원조달의 어려움 등을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역시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의 재정부담 등으로 어렵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 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됐던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공무원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괘씸죄로 찍힐 수도 있다. 그래도 이들은 국가행정을 맡은 실무자로서의 책임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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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 제1조에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용을 기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공무원이라도 정책이 능률적이지 못하다면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공무원, 특히 고위공직자는 임면권자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행정이 제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코드 맞추기'로 변질됐을 때의 병폐를 우리는 이미 수차례 경험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운하 무용론을 버린 건설교통부가 대표적이다. 당시 건교부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면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달 초 전면 무상보육안을 통과시키자 유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이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행정을 책임지고 현장과 소통해온 공무원이 갖춰야 할 자세다. 혈세낭비와 오락가락 정책을 막기 위해서도 이런 공무원들이 평가 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인수위도 '노'라는 목소리일수록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혼이 있는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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