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는 건설회사 경영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건설업을 반도체같은 첨단산업과는 달리 낙후되고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기술, 노하우가 없어도 한번 손대볼 만한 것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건설업을 만만하게 여겨서 잘만하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그들의 생각에는 근본적으로 건설업에 대한 커다란 편견 내지 무지에 가까운 오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과거 우리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처럼 적당히 운(?)이 좋으면 한건 딸 수 있을 것이라거나, 아파트를 지어만 놓으면 저절로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주먹구구식은 아닌지 걱정스럽다.하여간 건설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 94년 건설업 면허완전개방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설업체는 96년 9월 현재 2천8백40개사로서 이는 지난 89년의 4백68개사에 비교할 때 약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간 지속적인 건설물량 공급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업체 수의 폭증은 저가 덤핑 등 수주경쟁을 가열시켜 건설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도산업체가 속출하고 있으며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영세업체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완전개방되는 국내시장은 세계적인 선진업체들과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어 경쟁력없는 국내업체들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건설업 경영은 매우 독특하고도 어렵다. 특히 오늘의 건설업은 과학기술의 특정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전분야를 망라, 종합하고 응용하여 정밀한 공정관리로 종합적인 생활예술품을 창조하는 세심하고도 지난한 지적 작업의 과정이자 산물이다. 예를 들어 신도시개발과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설계하고 자원을 동원하여 시공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이미 고도로 전문화된 첨단의 종합ENG인 것이다. 당연히 오늘의 건설업 경영은 타업종보다도 한층 더 과학적인 경영기법에 바탕한 고도의 전문적인 경영능력과 최첨단 공학의 유기적 결합으로 가능하다.
한 마디로 그 시대의 과학기술과 정신을 하나의 구조물에 담아내는 것이 건설업이다. 당연히 옛날의 「노가다」 혹은 「집장사」를 생각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