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6월 13일] '워스트 오브 워스트(worst of worst)' 정국

[데스크 칼럼 /6월 13일] '워스트 오브 워스트(worst of worst)' 정국 홍현종 hjhong@sed.co.kr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렇게 자신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인선은 결국 ‘워스트 오브 워스트(worst of worst)’로 판명났다. 전 정권의 인사를 코드인사라 맹비난했던 집권 세력의 인력 배치는 전 정권보다 한술 더 뜬 ‘그들 만의 잔치’. 볼썽 사나운 권력 다툼이 그 비싼 대가다. 혼란은 인사를 넘어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정치는 실종됐다. 마침내 시민들이 또 다시 길거리로 뛰어 나왔다. 보수의 단골메뉴 ‘잃어버린 10년’ 세월에 없던 대규모 시위로 거리는 80년대로 되돌아갔다. 득의양양 출발한 정부. 교만과 독선의 결과는 지지율 10%대. 노무현 정권을 아마추어 정권이라 그리도 손가락질 하던 세력들이 지금 보여주는 통치는 통치가 아니다. ◇ 소통부재 아닌 신뢰결여가 문제 “잃어버린 10년보다 더한 잃어버린 3개월” 촛불 시위에 참가한 한 노인의 이 같은 노기서린 목소리 처럼 국민의 외침에 대한 집권층의 대답이 앵무새다. ‘좌파와 불순 세력이 배후’ 청와대는 전 정권의 설거지론에 이어 마침내 ‘사탄의 무리’라는 저주의 말까지 들고 나왔다. 권력 핵심의 상황 인식이 이런 수준이다. 지난 10년 수구언론의 장난에 끌려다닌 여론의 적잖은 반전은 일면 역사의 발전이다. 그런 감을 눈치 못챌 그들이 아니다. ‘조중동’이 지난주부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신문 광고주들에까지 미치는 여론의 압박이 그들 보기에도 어째 심상찮기 때문이다. 여론 조작의 ‘선수’로써 반성이 있을 리 없지만 현 정권의 실정을 그들도 조금씩이나마 들춰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들을 분노케 한 소고기 파동의 본질은 간단하다. 대통령의 독선과 실정에 상처받은 민심이다. 이성(理性)의 옷을 던져버린 수구언론들이 아무리 호도해도 문제의 중심이 그렇다. CEO적 실적 강박관념을 떨치지 못한 대통령에게 국민의 주권과 자존심이 들어 설 자리는 처음부터 비좁았다. “세계화 시대 국가 정체성 수호를 위한 노력, 그리고 단순한 음식 안전 차원이 아닌 무엇을 식탁에 올린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주권에 관한 국민적 저항” 시애틀타임스의 규정이 명쾌하다. 광우병 과장론을 되풀이하는 관리와 수구 논객들의 주장은 출발부터 국가 정체성에 대한 개념 결여의 소산이요, 인간이 임의로 설정한 과학과 비과학의 한계에 대한 오만한 얼치기 과학 맹신주의의 결과물이다. 애초부터 MB에게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은 각별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설정과 무관치 않다. 부시 면담을 공표했다 미국 측 부인으로 얼굴 뜨거워진 건 대선후보시절 얘기다. ‘국내에 내 경쟁자는 없다’는 거듭된 대통령의 말이 시사하는 바는 뭘까? 글로벌 지도자의 반열에 드는 것이 MB의 통치 목표 중 하나라는 건 집권초 권부 주변으로부터 나온 얘기다. 부시와 일본 천황 그리고 중국 지도부와의 어쩐지 ‘한 수 접은 듯한’ 만남을 지켜 본 국민들은 뒷 맛이 개운치 않았다. 게다가 영국의 더 타임스 지적처럼 ‘매우 순종적 외교 태도’ 뒤에 자신들의 건강 주권과 자존심이 담보됐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대통령이 심각하게 간과하는 것, 그리고 갈수록 빠져드는 ‘함정’이 있다. 후보 시절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보며 우리가 잠재적으로 우려했던 바다. 말 따로, 행동 따로. 그 간극에 대통령이 습관적으로 무감각해 있다는 사실이다. 위민(爲民).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 정부 각종 정책들은 그 증거다. 세금 환급, 교통 위반 대사면 등 최근 다급히 쏟아내는 서민 생활 안정 대책이란 것들도 거시 프레임은 그대로 둔 채 급조된 민심 달래기용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머슴론’도 한번 보자. 권부 주변은 허구언날 권력 게임이나 하면서 아래에만 머슴을 강요하는 대통령의 말에 공무원 사회의 반응은 냉소에 가깝다. 실용주의 역시 혼란스럽다.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한 기업가적 실적주의가 실용과 이 정권에서 혼동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실용주의란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이 전제된 고(高)효율의 국가 운용 이념을 말한다. 당장 난장판을 수습해야 할 인사에서부터 전체를 아울러 쓸 만한 사람을 써야 한다. 소고기 파동, 대운하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단으로 쏠린 성장 정책들은 마땅히 수정돼야 한다. 좌 뿐만 아니라 우파의 한계도 지겹도록 봐 온 국민이다. 설령 그가 유시민이라도 ‘유능하고 필요하다면’ 쓸 줄 아는 유연성, 그게 진정한 실용이다. ◇ 대통령이 만든 상황 결자해지 해야 시대 착오적 좌우 논쟁. 그만하자. 대통령이 글로벌 지도자로 남는다면 그걸 가로 막아설 이 나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 대전제는 내치(內治) 우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개인의 성취 욕망과 국가 이익이 혼동돼서는 안된다. 오기로 국민들은 피곤했지만 개인적 욕심에선 그래도 자유로웠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오히려 그들이 앞장서 촛불 시위로 막아 냈던 이유다. ‘워스트 오브 워스트.’ 지금 시국 상황이 그렇다. 더 이상 지도자로 인해 이 나라 국민 상호간 상처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소통 부재가 아니다. 지도층의 총체적 신뢰 결여가 문제다. 대통령이 그걸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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