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20세기 괴짜 사상가 벤야민의 예술과 사유

■ 가면들의 병기창

문광훈 지음, 한길사 펴냄


20세기의 가장 독창적 사상가로 꼽히는 발터 벤야민(1892~1940)은 상당수 문예 평론을 남긴 비평가였으며,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아우라(aura)'라는 단어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래 '아우라'는 후광·광채 등 '신비로운 기운'을 뜻하던 종교적 용어였으나 벤야민은 저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사진이나 영화같이 복제되는 작품에서 일어나는 결정적 변화를 '아우라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아우라는 유일하게 존재하는 예술 작품이 갖는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기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우라'를 이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만은 없다. 워낙 복잡한 사유의 얼개를 갖는 벤야민이 이후 다른 저서에서도 사용한 '아우라'를 종합한다면 그 의미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그 어렵다는 벤야민의 사유를 해설하고 있다. 저자인 문광훈 충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원전에 대한 충실한 독해를 넘어 이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오늘날 한국의 관점에서 여전히 타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현대성'은 무엇인지까지 고민했다.


벤야민의 사상은 정치·역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지만 특히 예술에서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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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사유 공간은 세상과 대결하기 위해 예술이라는 무기를 벼리는 곳이고, 그의 글 전체는 예술의 이 저항적 가능성을 탐색한 병기창인 셈이다. …땅 위의 것은 오직 몰락의 대가를 치르면서 신적인 것과 이어진다. 그 이어짐의 아득한 고리가 예술의 표현이고 시적 형상이다."

제목인 '가면들의 병기창'은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가면'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술'을 비유한다. 따라서 '가면들의 병기창'이란 다시 말하면 '예술의 병기창'이라는 뜻이 된다. 예술을 무기에 빗댄 것은 그것이 갖는 암시적 표현법인 '알레고리'가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 경직된 틀을 깨는 급진적 창조성이야 말로 "가장 깊은 의미에서 혁명적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할 정도다.

이렇게 끌어낸 벤야민의 문제의식은 자본주의를 비롯한 지배질서에 저항하고 그것과 다른 삶을 상상하는 지점에 이른다. 해설서라고는 하지만 읽어내기가 만만치는 않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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