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등 상용 암호화 기술에 거의 예외없이 쓰이는 `공개키 암호(public key encryption)' 시스템을 현존 기법보다 수만배이상 빨리 해독하는 알고리즘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3일 `강(强)한 디피-헬만 문제의 안전성 분석(Security Analysis of the Strong Diffie-Hellman Problem)'이란 논문을 국제암호학연구협회(IARC) 주최 `유로크립트 2006' 개막강연에서 발표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열리는 `크립토(Crypto)'와 함께 세계 양대 암호학 학술회의로 꼽히는 유로크립트는 이달 28일부터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다.
이 학회에서 한국인이 개막 강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작년 `미국 표준 해시 함수의 해독'을 발표한 왕샤오윈 중국 칭화대 교수에 이어 두번째다.
천 교수는 계산 과정에서 소수(素數)와 인접한 숫자의 관계를 연구한 끝에 `소수+1'이나 `소수-1' 꼴인 숫자들이 약수를 많이 갖는 경우 많게는 수십만배 이상 쉽게 암호를 풀 수 있음을 발견했다.
천 교수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공개키 상태에서 2의 80승 정도를 계산해야 이론적으로 풀 수 있었던 암호가 2의 50~60승 정도만 계산해도 해독된다.
이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 즉 `뚫릴 염려가 없다'고 평가되던 암호시스템도 실제로는 쉽게 깨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천 교수는 "현재 실질적으로는 난공불락으로 평가받는 160비트 크기의 공개키 암호시스템도 이 알고리즘이 적용될 경우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현재 일반인들이 쓰는 PC 10여대를 동원해 몇달간 연산을 거듭하면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국가간 정보전에서 암호학적 역량은 정보력인 동시에 국력"이라며 이 분야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