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반값 등록금' 실현하려면


반값 등록금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에서 불거진 반값 등록금이 급기야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하다.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때 공약으로 등장했던 반값 아파트로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서민들은 시세와 큰 차이 없는 보금자리 아파트를 보면서 실망감과 허탈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반값 등록금 공약으로 대학생들의 기대만 한껏 부풀려 놓고는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슬그머니 넘어간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가고 만다. 형편 어려운 학생에 우선돼야 지금 우리나라의 전국 대학교는 345개에 달하고 대학생은 33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내는 등록금 총액이 연간 14조4,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장학금을 제외하면 학부모가 부담할 등록금 규모가 10조원 정도 되는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다면 연간 5조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도대체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뾰족한 대책이 없다. 대책 마련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민심을 사로잡아 표만 얻고 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자녀의 대학 등록금은 큰 부담이자 고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반값 아파트의 경우처럼 허울만 그럴듯한 것으로 만들지 말고 제대로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장학금제도를 고쳐야 한다.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대폭 축소하고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성적과 우등생이라는 명예와 함께 더 좋은 취업의 기회 등이 뒤따르는데 돈까지 주는 것은 그다지 옳은 방법이 아니다. 등록금이 우리의 서너 배에 이르는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장학금은 부모나 학생의 경제형편을 바탕으로 한 니드 베이스(need-based)로 지급하지 성적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메리트 베이스(merit-based)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장학금제도를 바꾸면 현재 장학금 규모만으로도 약 80만 서민 자녀들에게 반값 등록금 혜택을 줄 수 있다. 둘째,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력인 이공계 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 우수 인력이 의대, 경영대, 법학전문대학원에만 몰리고 이공계를 기피하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 산업기술력이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미 2004년부터 '국가과학기술 경쟁력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특별법과 시행령'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이공계 지원이 그다지 늘지 않고 있는데, 이공계 학생에게 우선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다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셋째, 기업체에 대학발전기금을 내도록 하고 이에 대해 법인세 공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의 수혜자는 대학생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학졸업자를 채용하는 기업체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질이 향상되면 우수한 인재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대졸자를 채용하는 기업들은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투자로 우수한 인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이미 기업들은 경력직 임직원을 채용할 때 헤드헌팅 회사에 임직원 1년 연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재를 키우는 대학에 일정액을 내는 것은 그다지 부당하지 않으며 법인세 인하에 상응하는 세제혜택을 준다면 고용확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대학재정 효율·투명성 제고를 물론 반값 등록금 실천에 앞서 대학 재정의 효율성ㆍ투명성 강화가 선행돼야 하고 적정 규모의 교수 등 장기적 이슈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학생 모두 등록금을 낮추는 데만 관심을 갖지 말고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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