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위 소속 의원 10여명이 정기국회 시작 사흘 만에 장거리 해외출장에 나섰다.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두 팀으로 나눠 3~8일 멕시코와 4~8일 캐나다를 각각 방문 중이다. 우리보다 앞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국가들의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기자가 한 의원실을 방문, 한미 FTA 특위의 북중미 출장 일정을 요구하자 이 의원실에서는 “잠깐 기다려달라”면서도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놀랍게도 잠시 후 책상 한 켠에서 문구용 커터칼 소리가 ‘드르륵’ 들렸다. 항의하니 의원실 관계자는 당황하며 급히 일정 문건을 복사해줬다.
물론 한미 무역 현안에 대한 대외비 일정을 삭제했을 수도 있다. 또는 칼만 만지고 문건에는 손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건네받은 의원실의 일정 자체에 신뢰가 가지 않는 건 사실이다.
국회 내 특위 사무실도 찾았다. 일정과 예산 등 공식자료 요청에 대해 “실무자가 출장을 따라가서 잘 모르겠다. 국회 사무처에 물어보라”고 했다. 사무처는 “출장 관련 내용은 최소한 의원들이 귀국한 후에나 알 수 있다. 어차피 보고서가 다 나온다”며 관련 공문 공개를 거부했다.
꼭 필요한 출장이라면서도 방문 내용을 감추기에 급급한 의원들과 국회.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성된 국회 특위인데 정작 이들의 활동이 투명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확인 결과 5~6일간의 출장 기간 중 현지의 기관ㆍ학계ㆍ시민단체ㆍ연구소 방문 등 FTA 관련 일정은 2~3일에 불과했다. 이 기간 NAFTA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더구나 국회에는 특위 외에도 각종 회의 일정이 산적한 상황이다.
특위 소속이면서도 출장길에 오르지 않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측은 “이번 출장은 NAFTA를 파악하기에는 기간이 턱없이 짧은데다 예결위 등 국회 일정도 많다. 실효성은 없고 국회 활동만 부실하게 만든다”고 했다. 날마다 싸우는 여야가 이런 해외출장은 합의하니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