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줄줄이 결딴나는 수도권의 무상복지

정부의 무상복지 사업이 또 예산 장벽에 부딪쳤다. 15일 경기도는 2013~2014년 재정운용계획에서 무상급식 지원액이 포함된 교육청 비법정경비의 내년 지원예산 86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세수부족액이 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약 5,000억원의 세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유다. 앞뒤 가리지 않은 복지공약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무상복지의 문제가 드러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관련 예산 고갈로 당장 오는 10월이면 5세 이하 영유아의 무상보육 지원금 지급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와 인천시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형편이 낫다는 수도권 지자체가 이런 지경인데 2017년 고교 무상교육 전면실시까지 가세한다면 버틸 수 있는 지자체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싶다. 정부의 무상복지 시리즈 중 어느 하나 계획대로 시원하게 이뤄지는 것이 없는 셈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른 것은 공약이라는 덫에 걸려 대안 없이 밀어붙인 탓이다. 앞으로 5년간 각종 복지공약예산으로 135조원이 필요한데 세수가 늘어나기는커녕 상반기에만 9조4,000억원이나 펑크가 났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세법개정을 통해 1조3,000억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던 계획도 증세역풍에 휘말려 4,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건 이대로는 무상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결론밖에 없다.

관련기사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수정하거나 국민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솔직히 고백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정책 당국자도, 정치인도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대놓고 얘기하지 못할 뿐이다. 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는 맹신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눈치만 보는 사이 정작 피해를 당하는 것은 아무 죄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데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뻔히 안 되는 것을 무작정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약 수정이 정히 걸린다면 시기를 조절하는 방안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나라가 거덜나고 도움이 꼭 필요한 아이들까지 복지 무풍지대로 내모는 것보다는 낫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