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장 2배수, 금통위원 1순위, 통합거래소 이사장 3배수, 한국은행 총재 2배수.’
금융계 주요 요직 인선 때마다 후보에 올랐다가 마지막에 탈락하고 이번 한은 총재 선임과정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신 박철 전 부총재에 대한 동정론이 한은 안팎에서 일고 있다.
지난 2003년 5월 이성태 신임 한은 총재 내정자를 위해 부총재에서 용퇴한 뒤 2년10개월여간 각종 요직에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지만 최종 낙점에서 번번이 재정경제부 출신들에 밀려 야인(?) 아닌 야인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부총재는 부총재 퇴임 후 금통위원 1순위로 추천됐지만 재경부의 입김에 밀려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 위원이 됐으며 중소기업은행장 역시 강권석 현 행장과 2배수로 올라갔지만 결국 탈락했다. 박 부총재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으로 3순위에 포함됐지만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거친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에게 밀려 낙마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와 입행 동기인 박 전 부총재는 한은 재직 당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승진에서 동기보다 항상 한발 앞서갔다. 재임기간 중 통화관리에 시장원리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외환위기 당시 자금부장을 맡으면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종금사 부실로 콜 시장이 마비돼 지급결제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아내기도 했다.
한은 내에서는 박 전 부총재가 이번주 예정된 금통위원 임명 때 발탁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신동규 수출입은행장 등 쟁쟁한(?) 재경부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실력이나 인품, 학문적 소양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데도 각종 인사에서 들러리만 서고 있다”며 “앞으로 헤쳐나갈 경제현안들이 많은데 박 전 부총재 같은 인물이 제 능력을 펴보지도 못하고 사장될까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박 전 부총재는 진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은 조사1부 부부장과 비서실장ㆍ자금부장 등을 거쳐 98년 임원인 부총재보로 승진했으며 2003년 부총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