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전략

■ 5개 차세대 산업 10조 투입 >>관련기사 정부가 마련한 미래 성장동력의 밑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 등 5개 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게 골격이다. 그러나 5대 성장산업의 성장전략이 '무모한 목표 설정' '돈 쏟아붓기' '인력 양성' '단지 지원' '위원회 설치' 등 아날로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변화무쌍한 디지털시대에 제대로 먹혀들어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 그림만 있고 전략이 없다 정부의 차세대성장산업 발전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데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차세대 기술이라고 지목한 5개 기술은 5년 안에 세계 최고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목표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실성이 없는 목표가 설정된 것은 차세대 산업에 대한 연구에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안을 보면 1년 이상 각 산업의 시장성ㆍ경제성ㆍ성장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첨단산업 분석은 선진국의 연구를 인용한 게 전부다. 정부 독자적인 안이 없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깊은 검토와 연구가 전제되지 않은 전략은 심각한 후유증만을 야기할 뿐이다. 싱가포르와 타이완이 미국의 IT 산업을 맹종하다 혹독한 시련을 겪는 것을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용으로 꼽히는 두 나라는 IT 산업의 성장성을 과대평가한 실수로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민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도 잘못이다. 과거를 비춰볼 때 기업들은 정부의 산업정책을 따르게 마련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성장전략을 내놓을 경우 과잉투자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예가 IT 산업이다. IT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IT 산업 발전전략을 따르다 최근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IT 발전전략에서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규모가 급속하게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망으로 분석된다. 전자상거래의 총아로 떠올랐던 B2B의 성장속도는 예상과는 다르게 매우 느리게 전개되고 있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에서조차 B2B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흘러나올 정도다. ◆ 첨단기술 진화의 방향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안은 목표에만 치중한 느낌이다.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BT 산업을 오는 2010년까지 선진 G7국가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은 같은 기간 동안 나노기술에 관한 한 선진 5개국 대열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런가 하면 김한길 문화부 장관은 CT 산업을 2005년까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키워놓겠다고 공언했다. 각 산업별로 전망은 그럴 듯하다. 그러나 제각각이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세계의 첨단기술은 각 기술이 서로 융합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화는 인터넷과 만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무선과 미디어, 방송이 통합되고 있다. 여기에 컨텐츠도 통합되는 추세다. 최근 들어 맥킨지나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앤 쿠퍼스 등 세계적 컨설팅업체들은 이 같은 융합기술의 추세를 산업표준으로 분류한다.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고 있는 정부의 전략은 기술의 진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부처는 국가 전체적인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부처별 비전을 포장하는 소모전에 역량을 낭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분야는 모두 다르지만 부처별 전략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유사하다. 자금지원, 벤처단지 제공, 전문인력 양성 등이 단골메뉴다. 예나 지금이나 수요자중심의 정책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에 매달리는 관습은 변한 게 없다. 미래 산업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전망을 내놓기보다는 기업들이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산업인프라를 갖춰주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지식산업실장은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은 위험이 높아 기업들이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기초분야의 연구개발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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