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질서있는 통합신당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할 전망이다.
신당파와 당 사수파 등 여러 정파가 참여한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내달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추진안건을 의제로 올리기로 거의 의견을 모은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준비위원인 최재성 의원은 17일 전당대회 추진의 최대 걸림돌인 통합신당 추진안건의 의제상정 문제에 대해 “전당대회준비위원간에 오해나 곡해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대준비위가 (마감시한보다 이른) 18~19일에는 결론을 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도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계개편 대토론회에 참석해 “통합신당(추진안)을 전당대회 의제로 삼는 문제에 대해 (전대준비위가) 9부 능선을 잡았다”며 “이는 통합신당의 문을 여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이자 당 사수파인 김태년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 의원의 발언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준비위 합의 실패 -> 일부 신당파 의원 집단탈당 및 전당대회 무산 -> 사실상 당 해체 -> 제 3 지대에서 범여권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시나리오는 일단 가능성이 낮아졌다. 대신 ‘집단탈당 움직임 동결 -> 전당대회 개최 -> 새 당 지도부 구성 -> 한시적으로 당 틀 유지 ->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됐다. 신당파인 주승용 열린우리당 의원도 “전당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면 사실상 일부 의원들의 선도탈당은 사실상 명분이 없어 불가능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당내 중도파인 최 의원은 “당 일각에서는 선도탈당이니 당의 선(先) 해체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통합신당의 파트너도 없고, 정책노선이나 그럴 듯한 밑그림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당을 깨자는 것은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신당파인 우 의원도 “민주당 등 범여권과의 신당 추진은 일단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르고 나서 진행해도 된다”며 “다만 오는 4월 보궐선거 전까지도 민주당 등과의 통합여부가 표류하면 일단 선거 후보 단일화해 손을 잡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행 직전까지 치닫던 전당대회 준비위가 이처럼 합의도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고건 전 총리의 대권도전 포기에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여당으로선 원외 신당추진 파트너였던 고건 진영이 갑작스레 무너지자 정파간 차이를 떠나서 여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졌고 이것이 합의도출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여당의 양대 대주주인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17일 각각 “열린우리당의 문턱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과 “백의종군의 자세로 뚜벅뚜벅 대통합의 길을 걷겠다”고 밝혀 정계개편 추진에 숨구멍을 터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