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값 잡으려 통화정책까지 흔드나

집값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등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 심지어 국정브리핑까지 집값 상승의 주범을 과잉 유동성 탓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6일에는 정책역량을 결집해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고 때마침 같은 날 8ㆍ31 부동산대책을 주도했던 청와대 비서관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채권시장은 하루 유통수익률이 10bp나 치솟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성태 총재가 지난 9월 말 이미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연 6~8%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저금리 기조가 주택가격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난 3분기를 돌아보면 소득과 소비가 정체상태에 빠진 가운데 도시근로자의 전년 동기대비 주거비 증가율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거비 부담만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시장 안정이 다급한 현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과잉유동성 환수를 위한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점이다. 북핵 충격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마당에 파급효과가 무차별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단행은 이미 때를 놓쳤을 뿐 아니라 이제 와서 단행한다면 후행적 통화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만 더욱 힘들어진다. 특히 내년 경제가 하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있고 그것도 거의 대부분 변동금리인 점을 감안한다면 섣부른 금리인상은 집값도 잡지 못하고 가계부도만 확산시키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 등은 더 이상 금리인상의 압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통화당국도 우리 경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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