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월 21일] 방만 경영 더이상 묵과 안돼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br>이래서 찬성한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거래소는 시장 기능뿐 아니라 규제ㆍ감시 등 공적기능도 수행하고 있으며 수입의 대부분이 독점사업에서 발생하므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거래소는 민간이 전액 출자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민영화 정책에도 어긋나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두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 하다 보니 거래소 이사장이 직접 나서 정부를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종합주가지수가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책 담당자로서 자기 부처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쓰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하지만 관료가 되기 전 서울대학교 교수로서 거래소 상장을 둘러싼 소모성 논쟁을 가까이 지켜봤기에 이 문제에 관한한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느낀다.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지난 2007년 초 처음 제기됐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거래소를 이른 시간 내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민간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했다. 어차피 단기간에 상장될 거래소이기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기획예산처를 설득했다.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출범한 거래소 상장 정책은 정부와 거래소ㆍ유관기관 간의 이해다툼으로 2년간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좌초됐다. 상장 준비과정에서 최소한의 공공성을 확보하려고 정부가 제도개선을 요구하자 거래소가 경영권 침해 등의 이유로 극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거래소 간 갈등 내용 몇 가지를 예시해보자.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시장 감시, 상장심사 기능을 별도의 자율규제기구로 이전하고 인사ㆍ조직상의 독립성을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이들 주요 기능이 분리될 경우 거래소의 힘이 약화될 것을 우려, 반대했다. 또 정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거래소가 스스로 수수료를 결정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수료 결정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거래소 수입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수수료 결정 체계를 변경하려는 정부안을 거래소가 쉽게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상장차익 배분에 대해서도 이견이 컸다. 거래소 상장 차익은 정부가 허가한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한 만큼 거래소 직원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따라서 상장과정에서 직원 1인당 2억~3억원 수준의 우리사주가 배정될 수 있는 증권거래법이 그대로 적용되지 못하도록 여러 제한을 두려고 하자 거래소 경영진과 노조가 강력히 저항했다. 유관기관 간에도 첨리하게 이해가 대립돼 노노 간 대립으로 상장 추진 과정이 지연됐다. 청산ㆍ결제 기능의 분리, 예탁결제원에 대한 지분정리 문제 등을 두고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노조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이해 다툼 속에 거래소 상장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했고 그 사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별다른 견제 없이 방만한 경영을 지속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거래소의 1인당 인건비와 영업비용이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경영상 비효율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방만한 경영을 쇄신하도록 촉구했다. 금융위의 정책 의도는 단순하다. 거래소 상장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을 다시 보류해줌으로써 거래소의 방만한 경영을 묵과하는 실수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라도 상장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수락하고 진정으로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언제든지 공공기관 지정이 철회되도록 관계 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지정을 막으려면 오랫동안 스스로 반대해왔던 거래소 허가제 법안을 새삼스럽게 통과시키려고 국회를 뛰어 다니기보다는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가 요구한 상장 필요조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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