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산하 산업연구원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최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기본계획’ 공청회를 통해서다.
단지별 특성을 고려해 굴뚝산업의 상징이었던 구로공단을 4년 안에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걸맞게 21세기형 첨단산업단지로 이노베이션(혁신)시킨다는 게 골자다.
구조고도화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육성의 3가지 원칙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윈윈’ ▦제조시설과 연구ㆍ편의시설, 생활ㆍ교통 환경의 개선 ▦지역주민 고용과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구로공단은 여느 산업단지와 달리 상징성이 큰 곳이다. 국내 최초의 공단이자 한때 국내 수출의 10%를 넘게 차지해 ‘한강의 기적’에 선봉 역할을 해냈다. 굴뚝산업의 수출 전진기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80년대 들어 노동집약적 경공업이 경쟁력을 잃고 노후화하면서 급속히 쇠퇴했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쪽방촌과 군청색 작업복 차림의 공원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기억되며 서서히 잊혀져갔다. 시대 흐름에 맞는 혁신의 물결이 없었던 탓이다.
노후화에 따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발계획 발표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특히 3개 단지의 특화에 맞춰 지자체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는 많은 호응을 얻을 만하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지난 4년간 현지 실사를 통해 마련했다는 계획안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서울 금천구와 지역주민들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2단지의 경우 국가공단 해제와 함께 패션타운을 조성하는 등 특화된 지역 중심 개발이 절실한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금천구와 지역주민의 주장대로 2단지가 국가공단에서 해제되면 공장용지에서 상업용지 등으로 바뀌고 땅값이 급등할 게 뻔하다. 그렇더라도 정부 당국자들은 ‘여론을 외면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