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역주행'과 부동산 정책

오는 13일 토고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본선경쟁에 나서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설기현 선수가 얼마 전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역주행 드리블’로 축구팬들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했다. 설기현 선수는 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우리 측 골문을 향해 볼을 몰고 오다가 상대선수에게 빼앗겨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축구팬들의 쇄도하는 비판으로 설기현 선수는 곤욕을 치렀다. 또 그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때 ‘4강 신화’의 재현을 염원하던 국민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줬다. 그러나 설기현 선수는 그 다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국민들도 그에게 따뜻한 찬사를 보냈고 국가대표 축구팀의 월드컵 선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역주행 정권’이라는 비판에 시달리다가 5ㆍ31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역주행 정권’ 비판은 도가 지나친 야당의 정치공세 성격이 강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권의 선거참패는 현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잘못에 대한 탓이 크다. 특히 고강도 부동산정책이 역효과를 낸 데 따른 국민들의 성난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현 부동산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열린우리당이 선거참패 후 최우선으로 부동산정책 재검토를 추진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지방선거 참패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최근 부동산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당청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부여받았고 출범 때 ‘국민이 대통령인 정부’를 표방한 참여정부답지 못하다. 여권은 그동안 양극화의 근본원인으로 집값 불안을 꼽고 10ㆍ29, 8ㆍ31, 3ㆍ30 등 잇따른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며 부동산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집값 오름세를 잡는 데 실패했다. 또 ▦과세세금의 매매가 전가 ▦공급물량 축소 ▦집값 및 전셋값 상승 ▦거래 부진 ▦주택 구입난 가중 등의 문제를 불러왔다. 결국 서민ㆍ중산층의 삶이 더 어려워져 양극화가 확대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접근, 시장의 요구에 역행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책의 정당성만 믿고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는 눈감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에 귀 기울여 강경 일변도의 부동산정책 보완을 서두르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여론의 역풍에서 벗어나고 대의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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