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又快又好에서 又好又快로] <중> 외자기업 천국은 옛말

"또 무슨 규제 나올까…" 불안 확산<br>노동계약법등 제정 예정…외자기업 규제 강화<br>일부선"한국업체들 집중 표적 가능성" 지적도<br>"그래도 포기할수 없는 시장" 의견 아직은 우세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및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외자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글로벌 기업들의 천국이 아니다. 베이징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중국인 근로자들이 완성된 자동차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사업환경이 훨씬 좋을 것으로 보고 왔는데 판단 착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인세율을 두 배 가까이 올릴지는 몰랐어요. 또 무슨 기업규제 법안들이 나올지 불안합니다.” 지난해 초 중국 톈진(天津)에 진출한 전자부품업체 P사의 L사장은 중국의 기업소득세법 통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OTRA가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의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업인들이 이처럼 중국의 예기치 못한 법률규제 등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업체 관계자는 “당장 이번 기업소득세법 통과로 외자기업들의 세율은 15%에서 25%로 10%포인트 높아졌지만 중국업체의 세율이 33%에서 25%로 8%포인트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심리적 부담은 더 크다”면서 면서 “중국이 외자기업의 천국이라는 건 옛 말이 된지 오래고, 오히려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규제법률들…외자기업들 ‘불안’= 중국 정부는 과거 1980년대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자본에 줬던 각종 우대조치를 90년대 들어 차츰 줄여나가기 시작하더니 최근 수년간은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대폭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외자기업에 대한 특혜들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제의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우호우쾌(又好又快)’ 경제전략을 추진하는 원년으로 삼아 노동계약법과 사회보험법, 노동쟁의조정중재법ㆍ반독점법ㆍ국유자산법ㆍ순환경제법 등 외자기업들의 발목을 묶는 법들을 제정할 예정이다. 중국이 이처럼 외자기업 관련 법률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은 과열ㆍ중복투자를 억제하고 첨단ㆍ친환경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조치로 ‘내자기업과 외자기업간 동등대우’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 등 외자 기업들의 ‘법률 공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관련 법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한국기업에 대한 우선적인 법 적용 사례가 생겨나면서 “한국 기업들이 주요 표적이 아니냐”는 우려가 현지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한국상회 등에 따르면 둥관(東莞) 지역의 한 업체의 경우 원ㆍ부자재를 들여오다가 팔레트에서 개미 한 마리가 나와 통관이 거부돼 낭패를 당한 일도 있고, 칭다오(靑島) 의 한 업체는 중국 정부로부터 관세환급을 받던 통장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세금이 빠져나가는 일까지 당했다. 재중국 한국상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이 사전예고도 없이 법과 규정을 만들어 곧바로 시행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외국기업들이 매를 먼저 맞게 되고 세무ㆍ관세 부문에서 집중 감독ㆍ감시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전인대에서 올해 입법화를 공언한 노동계약법이 시행되면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이 불법ㆍ위법 경영상황에 빠지게 돼 사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의 지만수 소장은 “새 노동계약법은 장기고용 의무화 등 기업들이 지키기 어려운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내ㆍ외자기업 모두 위법상황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면서 “이 경우 한국계 등 외자기업들이 집중적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래도 중국은 기회의 땅= 이렇게 외자기업 우대가 사라지면서 ‘탈(脫) 중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김동선 산자관은 “중국은 다른 투자처에 비해 한국에 인접해 있는데다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여기에다 한ㆍ중간 산업연관성까지 고려하면 우리에게 중국투자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칭다오에서 스테인리스 주방용기인 ‘삐삐주전자’를 생산하는 화성불수강의 신경식 사장은 “중국의 기업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중국보다 더 나은 기업환경을 가진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요즘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베트남ㆍ인도 등도 아직은 투자대상지로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종택 대한상의 베이징 사무소 소장은 “베트남ㆍ인도 등지로 공장을 옮긴다고들 하지만 이 지역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관련 산업이 미성숙했기 때문에 공장을 이전한다고 해도 당장 원ㆍ부자재를 구하기 어려워 타당성이 적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급변하는 사업환경을 직시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지적이다. 김 산자관은 “중국은 경제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면서 내자기업과 외자기업간 동등대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로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사업에 임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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