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속 한은發 악재 겹쳐 ■ 채권값 급락… 국고채 금리 급등통안채 발행증가 예견불구 시장심리 워낙 취약투신, 작년 늘린 물량 서둘러 손절매 낙폭 키워최근 증시 랠리에 "추세전환 가능성" 힘실려 채권시장 잔치 끝났나. 이미 예견돼왔던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발행물량 증가 소식에 21일 채권가격이 또다시 추락(금리급등)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국고채 금리의 급등세가 곧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고 박승 한은 총재 역시 “최근 시장 금리의 상승세가 다소 빨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안정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채권시장의 심리가 취약해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이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도 서서히 무르익고 있어 지난해 잔뜩 채권물량을 늘려놓았던 투신사ㆍ증권사들은 초긴장상태다. 가뜩이나 불안감이 큰 상태에서 한은발 악재에 채권가격이 떨어지자 투신사들이 서둘러 손절매에 나서면서 낙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채권가격이 크게 내린 반면 주식시장 유입자금은 꾸준히 증가, 지난해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 몰렸던 시중자금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한국은행 금융협의회에서 시중은행장들 역시 “은행 예금이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등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완화되고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희권 한은 채권시장팀 과장은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이미 지난해 140조원을 넘어선 상태라서 올해 만기 도래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장이 잘 알고 있다”며 “(최근 통안증권 발행증가 소식은) 단순히 취약해진 시장심리를 반영할 수 있는 ‘빌미’가 됐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한은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통안증권은 원금만도 8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이자분과 외환시장 안정용 자금, 재경부의 한은 차입금 증대에 따른 통안증권 발행부담을 감안하면 올해 통안채 발행물량은 최소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동락 교보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통안채는 정부 채권 중 물량 변동성이 가장 큰 채권이기 때문에 물량이나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 올해 만기 도래분 정도는 다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급등락이 심할 것으로 보이는 환율도 통안채 발행물량 부담을 늘리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뻔한 뉴스’에 채권가격이 급락한 것은 추세 전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아직 기대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경기개선 기미는 없기 때문에 추가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한은의 분위기는 점점 콜금리 인하와 멀어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저금리 기조가 기업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준 반면 개인들에게는 오히려 이자수입을 줄여 기업과 개인의 소득 양극화를 부추긴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채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까지 긴가민가했지만 요즘 주식시장 상승을 보면 추세 전환 가능성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증권시장 내에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대체관계를 보인다. 채 과장은 “올들어 재경부가 발표한 10년물 국고채 물량증가 소식에서 촉발된 채권가격 폭락장세는 곧 이어 재경부가 물량축소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 아직 안정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세전환 여부 확인이 어렵고 명확한 방향성이 없어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경기 펀더멘털 개선이 실제로 확인되면 금리수준이 한단계 레벨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5-01-2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