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학 분쟁, 이념 갈등으로 증폭

십수년을 끌어온 사립대학 분쟁이 현 정부 들어 속속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지만 대부분 비리로 ?겨난 옛 재단이 복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사학 분쟁은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중시하느냐와 학교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 간 이념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9일 오후 회의를 열고 광운대 옛 재단쪽 정이사 복귀 안건을 심의했다. 광운대는 1993년 신입생에게 70억원 가량의 기부입학금을 받는 등 입시 비리와 공금 횡령 등으로 물러난 옛 재단 쪽이 복귀를 노리고 있다. 사분위가 올 들어 조선대, 세종대, 상지대 등 오랜 기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온 사립대학에 과거 비리 등으로 물러난 옛 재단쪽 친ㆍ인척을 정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에 광운대도 옛 재단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분규를 겪고 있는 대구대와 덕성여대, 동덕여대 등 다른 사학들도 옛 재단쪽 가족들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사분위의 결정에 대해 해당 대학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옛 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사분위가 상지대 관련 회의록을 폐기한 것과 관련, 이우근 사분위원장과 사분위원과 교육과학기술부 간부를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광운대와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비리사학재단 복귀반대 범국민운동’을 출범시키고 사분위 심의에 공동 대응하기로 해 앞으로 심의 결과에 따라 극심한 마찰이 예상된다. 이미 정이사가 선임된 조선대와 세종대도 학내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학 분쟁은 옛 재단측과 이들의 복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학내 구성원 간 ‘제로섬 게임’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해 ‘학교를 탈취하려는 좌파 세력’’비리 집단’으로 규정하는 등 극심한 감정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타협과 절충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사학 분규 해결을 위해서는 사분위의 조정기능과 판단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참여정부 말기에 구성된 1기 사분위가 진보 쪽에 무게가 실려있어 옛 재단이 배제된 체제가 유지됐던 반면 올 초 새로 구성된 2기 사분위는 보수 성향의 법조계 인사가 대거 인선되면서 사실상 옛 재단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정권 성향에 따라 사분위의 결정이 판이하게 달라지자 학내 구성원들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사분위가 분쟁을‘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조장’하고 있다”면서 심의기구에서 자문기구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사학재단) 이사회가 사적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사학발전을 위해 기여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철저히 노력해서 사분위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과부도 사분위의 심의결과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분위 뿐 아니라 교과부 간부들도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더 중시하는 성향이어서 앞으로 분규 사학에는 옛 재단측 인사들이 속속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학 분쟁이 보수와 진보 간 이념분쟁으로 흐르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옛 재단의 소유권을 중시해 복귀시키더라도 다시 비리를 저지르거나 친ㆍ인척에 의한 족벌체제로 운영되지 못하도록 철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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