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에서의 대중가요 공연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가수 인순이가 며칠 전 인터뷰에서 “예술의전당의 요청대로 지금까지 낸 음반과 받았던 표창 등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는데 대관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다음에도 안 된다고 하면 1인 시위라도 하겠다”고 말한 것.
지난해 4월 가수 싸이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술의전당이 대중가수를 천하게 여기며 문을 안 열어준다”고 비판해 벌어진 여론의 찬반 논쟁이 다시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이런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는 건 예술의전당의 모호한 대관 기준과 입장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대관 심사는 명문화된 규정 없이 11명의 전문위원들이 토론하며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관 기준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 외국 상업공연에 오페라하우스를 2개월이나 내주면서 대중가수는 조용필 외엔 들이지 않았다.
미국 아카펠라그룹 ‘테이크 6’와 가수 바비 맥페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밟았지만 한국 가수들은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게 전부다. 순수ㆍ상업 예술을 구분하지도 않고 외국 아티스트와 한국 아티스트를 차별하는 점도 발견된다.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인지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지난해 7월 공연장 운영과 관련된 ‘2007~2011 중기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오프 시즌인 1~2월, 7~8월에는 대중공연을 수용하겠다는 것. 그의 발언이 무색하게 실제 운영은 겉돌았다. 인순이는 클래식ㆍ오페라 공연이 가장 인기 있는 5월에 대관 신청을 했다.
운영방안을 밝히며 공연일자 조정을 요청했어야 할 예술의전당은 오히려 인순이에게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뒤 결과를 기다리라고 통보했다. 인순이가 신청한 5월4일은 결국 소프라노 신영옥과 헨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결정됐다.
인순이는 “뉴욕 카네기홀에도 서류를 내고 통과해 공연했는데 예술의전당에서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며 “기준이 궁금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예술의전당이 대관 운영기준과 방침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제2의 인순이는 언제든 다시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