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린이 식품 '신호등 표시제' 있으나마나

복지부, 시행 한달 점검<br>참여 업체 사실상 전무


어린이들의 영양 불균형 해소와 건강한 식품 선택을 위해 도입된 '신호등 표시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로 '어린이 기호식품 영양성분의 함량∙색상∙모양 표시(일명 신호등 표시제) 기준 및 방법'이 시행됐으나 확인 결과 참여하는 식품업체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호등 표시제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 제품 앞면에 과잉섭취에 대한 우려가 높은 당류∙(포화)지방∙나트륨 등 함량에 따라 녹색(낮음)∙황색(보통)∙적색(높음)의 표시를 해 어린이들이 보다 쉽게 식품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성장기 어린이들의 고른 영양섭취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식품업체에서는 참여하는 곳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식품업체들은 한 목소리로 신호등 표시제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현재 생산되는 제품에 적용할 경우 대부분 적색이나 황색인데 그걸 보고 누가 사먹겠냐"고 반문했다. 나트륨이나 당 함량을 낮추는 작업은 쉽지 않다.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름만 같을 뿐 사실상 다른 제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나트륨 함량이 높은 라면(용기면)은 빨간 신호등으로 표시될 가능성이 커 제조회사의 고민이 크다. ㈜농심은 나트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저감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용기면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봉지면처럼 적용대상에서 빼줄 것을 식품공업협회를 통해 건의한 상황이다. 해태제과∙삼립식품∙오리온∙롯데제과∙빙그레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자∙아이스크림∙빵 등을 만드는 회사들도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으나 참여에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제품 포장 등을 바꿔야 해 비용이 부담된다는 주장도 한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단체는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만 적극적이고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에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식품업체들의 참여가 미진한 반면 판매업체의 참여는 오히려 적극적이다. 편의점업계인 보광훼미리마트는 자체 판매하는 김밥∙샌드위치∙햄버거 등 즉석섭취식품에 유일하게 신호등 표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서도 지난 3월 말부터 각각 3곳의 매장에서 고열량∙저영양의 과자류나 유제품 등을 모아 '어린이 기호식품 상품존'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오는 7월 말까지 시행한 뒤 반응을 보고 전국 매장으로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신호등 표시제 참여 제품이 있으면 함께 진열해 판매할 계획이다. 당국에서는 일단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실태조사를 거쳐 보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기환 복지부 식품정책과장은 "일단 업체 자율로 시작한 만큼 식품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면서 "그래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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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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