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위 책임자들이 칼로 자결하는 것이 유서 깊은 의식 중 하나이다. 이런 전통은 현대에 와서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쓰루시마 다쿠오 도쿄증권거래소(TSE) 사장이 주문 거래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미즈호 증권 직원의 실수로 시작돼 총 2억3,000만달러의 손실을 낳았다. 이번 사건은 컴퓨터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을 가진 탓에 실수를 일으키게 된다는 데서 비롯된 전형적인 ‘팻 핑거(굵은 손가락ㆍFat-Finger)’ 스캔들이다. ‘팻 핑거’ 신드롬은 이제 컴퓨터 상에서의 실수로 인한 입력 오류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될 만큼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반복되는 사건에는 즉각적인 대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TSE는 미즈호 사태가 일어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이 혼란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더욱이 거래소 측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미즈호 사태를 돌이켜볼 때 TSE는 거래 실수를 즉각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즈호 측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바로 거래 취소를 요청했으나 거래소는 파국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알고서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나 대처법 등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단지 컴퓨터 시스템 상의 오류라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의 개선 노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적극 개입, 빠르고 총체적인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위원들로 감시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세계 2위의 증권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TSE는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에야 비로소 TSE가 더 많은 외국 기업들을 주식 시장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