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부의 헛발질 홍보

"기획재정부에서 그렇게 세부적인 내용까지 발표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일자리 분야 예산안 브리핑을 한 뒤 고용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내년도 예산 중 일자리 분야와 관련해 취약계층 56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날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326조1,000억원으로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밝힌 내용에 이미 언급됐던 사항이다. 사실상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을 재정부와 고용부가 이틀에 걸쳐 두 번 브리핑 한 셈이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각종 예산 사업을 상세히 설명한다는 차원에서 주무 부처가 추가로 브리핑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번 고용부의 브리핑은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고용부는 일자리 예산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로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했을 뿐 재정부와 아무런 조율도 하지 않았다. 막연히 개괄적인 설명은 재정부가 할테니 나머지 자세한 내용을 챙기자고 생각했다가 막상 재정부가 세부적인 내용까지 브리핑을 해버리자 취소도 못한 채 같은 브리핑을 반복한 것이다. 이번 예산의 초점이 일자리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장관이 합동 브리핑을 했으면 될 일이다. 그게 힘들다면 고용부 차관이나 최소한 핵심 실ㆍ국장이라도 브리핑에 자리해 일자리 예산의 내용을 알리면 좋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스스로 심각성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재정부는 당연히 총괄 부처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고, 고용부는 일자리 부처로서 역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항변한다. 하나의 해프닝일 뿐 심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히 짚어야 할 대목은 이러한 혼선이 대국민 정책 홍보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 같은 행정력 낭비에 의한 손해는 국민들이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소통 없이는 정부의 헛발질 홍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으면 정책 소비자인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고용부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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