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LA타임스 특약] 아프간, 미국 그리고 국제관계

헨리 키신저<前 美국무장관>지난 9.11 항공기 테러가 미국의 국제관계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국은 테러에 취약함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전선(戰線)과 적(敵)이 불명확하고 협상이 아닌 방법으로 종결될 수 밖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직면했다. 이번 테러에 대해 미국인이 보여준 것은 국가적 단결이었다. 외교정책에 대한 양당의 대립은 중단됐다. 이와 함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테러 정책에 대해서도 일치된 지지를 보냈다. 새로운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 요구되는 일은 과거와 달리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 테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들은 무자비하지만 다수에 의한 행위는 아니다. 또 어떤 지역도 영원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 만약 모든 국가가 자국 내에 존재하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들은 결국 설 자리를 잃을 것이며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한다. 만약 아프가니스탄이나 콜럼비아와 같이 테러리스트가 국가 조직의 일부분에 속해 있다면 군사행동을 동원해서라도 이들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반 테러전략의 핵심 포인트는 이 같은 행위를 통해 테러리스트의 안전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 각국 정보 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 테러리스트간 자금 흐름을 차단하며 ▲ 테러리스트간 의사소통을 단절시키고 ▲ 무력을 통해 테러 지원국을 무력화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책은 어떠해야 할까. 일단 미국의 군사공격은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을 흩어놓는 것에서 멈춰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권 수립은 근본적으로 외교적 방식으로 이뤄져야지 군사력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된다. 군사력을 동원한 정권수립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는 지난 구 소련의 경험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 다양한 정치세력을 정권수립에 참여시키는 방법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권장할 만한 것은 못 된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구조는 카불의 중앙정부는 제한된 권한을 갖고 지방 정부가 상당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유엔 감시 하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이와 함께 유엔의 감시 역할에는 미국,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주변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테러리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는 전제아래 이란을 다시 국제사회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대테러 전쟁의 지속과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테러 동맹국들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 왔다. 그 이유는 일단 테러에 반대하는 명확한 입장 하나만으로 동맹형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만간 각국은 이 같은 동맹이 계속될 수 있을 지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고비를 맞이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이외에 다른 국가에 대한 공격도 감행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필자는 부시의 입장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제출되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대테러에 관한 동맹구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는 국가란 무엇을 뜻하는지 ▲ 어떻게 이들 국가의 자금을 차단할 것인지 ▲ 이에 비 협조적인 국가에 대해 어떤 제재조치를 가할 것인지 등에 관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테러에 대한 위협이 주요국 대다수에서 상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테러와 관련된 동맹체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번 테러리즘에 대한 전쟁이 단순히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한 게 아니란 점이다. 이는 국제적 시스템을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로 활용 될 수 있다. 북대서양 인접 국가들은 테러에 대한 공동 인식 하에 좀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이와 함께 냉전시대 적대적관계를 유지하던 러시아와 중국과 미국이 좀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테러와의 전쟁이 테러에 대한 승리로 마무리 될 경우 중동지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평화회담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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