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위기의 건설사업, 民官 협력으로 넘어라] <1>흔들리는 주택시장…신음하는 건설업계

"벌여놓은 사업 수습도 힘겨워"… 눈물겨운 생존경쟁<br>시장불황에 30~40% 감원 예사, 자발적으로 문닫는 회사도 속출<br>대형업체도 "손해만 안보면 다행"<br>"건설사에만 책임 묻는 건 무리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풀어야"




"땅을 사달라는 시행사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죠. 있는 땅도 내다 팔아야 할 판인데…" 건설업계에 몸담은 지 27년째인 건설업계 중역 J(53)씨는 요즘처럼 힘겨운 적이 없다. 2년 가까이 신규 사업을 중단한 J씨의 회사는 올해도 새 사업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요즘 같은 때 신규 사업이라뇨. 벌여놓은 사업 수습하기에도 힘이 부칩니다." 건설업계가 한겨울 삭풍보다 더 살을 에는 고통을 겪고 있다. 불경기에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속출하고 그나마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도 30~40% 감원은 예삿일이다. 중소 건설사들의 모임인 주택건설협회 김충재 회장은 올해 건설업계의 화두는 '생존'이라고 말한다. "7,000개가 넘었던 회원사가 4년 만에 4,900개로 줄었습니다. 이대로 얼마를 더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김 회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며 분양가상한제 등 관련 규제를 시급하게 풀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업체는 하루하루가 살아남기 위한 사투의 시간이다. 시공 능력 40위권인 D사는 위기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 회사는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고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고강도 자구노력에도 지난해 워크아웃을 피하지 못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채권단 실사가 끝나면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건설업체 수 급감은 건설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한 단면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스스로 폐업을 선택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일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사업을 할수록 손해가 나니 견딜 재간이 없는 것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미분양을 그대로 안고 갈 수 없어 가격을 낮춰 팔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주택경기 침체로 사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인천에서 2,70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를 준공한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분양 당시 100% 계약이 이뤄졌지만 현재 입주율은 30%에 그치고 있다"면서 "공사는 끝났는데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금융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돈이 될 만한 사업은 경쟁이 워낙 심해 곧바로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만 해도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땅값이 뛰니 분양에 성공하더라도 남는 게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형 업체들도 주택사업에서 "적자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건설업체가 분양한 주택은 6만2,345가구로 호황기였던 2007년 18만4,172가구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상반기 1만2,000여개 종합건설사 중 47%가 단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이는 중소업체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미분양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자체 개발사업은 리스크가 너무 크고 재건축 등 각종 수주사업은 출혈경쟁으로 마진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은 그나마 진행되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 체감온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겨울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사들의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속된 분양 침체로 버티는 데도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있지만 건설사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각종 인허가와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평균 사업기간이 5년 이상인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재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안의 조속한 통과와 PF 과정에서 금융권의 과도한 지급보증 요구 등 비정상적인 시장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는 본질적으로 가격통제이기 때문에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며 "차라리 경기가 침체된 지금 풀어야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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