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5년 첫날 한강유람선 해맞이 표정] "화합의 정치, 살아나는 경제, 안전한 사회 돼야죠"

노들섬 인근 통과 갑판 위서 시민 450여명 소망풍선 날려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1일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서울 한강 노들섬 인근 유람선에 탑승한 시민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월1일 새벽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서울 한강 노들섬 옆에 떠 있는 유람선 갑판 위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갓 고개를 가누기 시작한 아이를 안은 젊은 부부부터 손녀의 손을 꼭 잡은 7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이들이 손에 풍선을 하나씩 들고 따뜻한 배 안에서 나와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풍선 줄에는 저마다의 소원을 단 메모가 달려 있었다.

이날 한강 유람선 운영업체 이랜드크루즈가 마련한 한강 해맞이 유람선은 아침7시에 출항하는 이른 일정에도 불구하고 450명의 시민들이 탑승했다. 친구·연인·가족들과 함께 해맞이를 나온 시민들은 힘든 한 해를 지낸 고단함보다는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기대감이 더 큰 표정이었다.


아침7시47분. 새해 첫 해가 한강 동쪽의 수평선과 아파트 라인 너머에서 붉은빛을 낼 때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자, 지금 풍선을 날리세요!"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2척의 유람선에 나눠 탄 450여명이 일제 새해 희망을 담은 풍선을 날렸다. 색색의 풍선들이 새벽녘 서광을 받으며 한강 위로 높이 떠오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손녀·며느리와 함께 온 한 70대 할머니는 "이 나이가 되면 바라는 것은 아들 일 잘되고 가족들 행복한 것밖에 없다"면서 "그거면 전부 다 된 것"이라고 새해 희망을 말했다. 할머니 옆에 있던 초등학생 손녀는 "5학년 때까지는 공부가 잘 안 됐는데 6학년 때는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딸과 부인까지 세 가족이 함께 온 5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사업 순항을 올해의 가장 큰 희망으로 꼽았다. 그는 "건설업을 운영하는데 2014년은 정말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였다"며 "올해는 경기가 살아나 사업이 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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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내와 해맞이 유람선을 탄 뉴질랜드 출신의 30대 남성은 올해 소원으로 아내의 행복을 꼽았고 아내는 남편의 행복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 부부는 "올해 뉴질랜드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일주일 전에 결혼한 중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커플도 "결혼 전 태어난 아이와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희망을 빌었다.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도 많았다. 주로 화합과 경기부흥·안전을 바라는 목소리들이었다. 처남 가족까지 총 8명이 함께 유람선을 찾은 한 남성은 "새해에는 서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지난해까지 정치권은 편을 갈라 자기가 옳다고 싸우는 데만 급급했다"며 "올해는 제발 화합의 정치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운항실을 지키던 19년 경력의 이랜드크루즈 선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배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 같다"며 "올 한 해 편안하고 안전한 운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강을 찾으시는 시민 여러분들은 믿고 유람선을 이용하셔도 된다"고 안전을 약속했다.

조만호 이랜드크루즈 대표는 "한강은 시민들이 살아가는 터전인데 자신이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며 해맞이 유람선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2015년에는 한강이 프랑스의 센강 못지않은 국가적인 관광명소로 성장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새해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출시각을 지나 해가 완전히 떠오른 후에도 한참을 갑판 위에서 해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새해 첫 순간을 기념했다. 해맞이 유람선은 이날 출발 1시간30분 뒤인 8시30분께 여의도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시민들은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서로를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나눈 후 첫해의 기운을 담아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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