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자유로운 소통’과 그 속에서 창출되는 ‘무한한 정보’를 기반으로 합니다.”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의 빈튼 서프 부사장의 정의다. 인터넷에서 개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고 또 얻을 수 있으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도 규제가 필요하다. 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필요하다면 인터넷에도 규제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네티즌에 의한”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인터넷을 정화하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게 이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법무부에서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도 본인확인제 확대 등과 같은 다양한 입법안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이버 폭력, 유언비어 등을 이젠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도 반드시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논리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적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이와 관련, 최근 정부의 행보를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얼마전 법무부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왜 우리가 먼저 그러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며 실무진이 해명을 할 때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나간 얘기기는 하지만 한때 일부 상임위원은 “당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거론하고 있으며 한번 심도있게 검토해 봐라”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의 광고중단운동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했을 때 다른 기관이 반대의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혼자 ‘불법, 엄정 대처’를 주장, 관철했다는 말도 들린다. 당시 참석자의 말로는 “이미 정해져 있는 순서에 따라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정치적으로 ‘인터넷=규제’라는 등식을 강제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게 하는 징후들이다.
인터넷을 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방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가 여기에 직접 규제의 칼을 들이댈 필요가 있는지는 보다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러한 규제가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중국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우리나라가 연상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