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고용절벽 청년눈물 보이지 않나


또다시 '갑질' 논란이다. 재벌 자제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문제가 되더니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자식들 일자리를 챙겨주려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로스쿨 출신의 딸이 LG디스플레이 법무팀 변호사로 입사하는 과정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딸의 지원 사실을 알렸는데 청탁은 아니었다며 해명하고 있다. 윤 의원은 뒤늦게 사과하며 "딸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논란이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새누리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김태원 의원의 아들이 2013년 정부법무공단에 입사하는 과정에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의심이 들 만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채용공고의 지원자격이 두 달 만에 변경돼 김 의원 아들의 입사가 가능해졌고 채용된 후에도 100일이 지나서야 근무를 시작한 것은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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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이나 김 의원 모두 자녀의 취업 과정에 불미스러운 점이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 말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윤 의원의 딸이 취업한 LG디스플레이는 파주에 대규모 공장이 있다. 파주를 지역구로 둔 윤 의원이 "내 딸이 당신네 회사에 지원했다"고 알리는데 회사 대표의 심정이 어땠을까.

김 의원은 아들이 일하는 정부법무공단의 손범규 이사장과 18대 국회에서 같이 활동했다. 그것도 경기 고양시 덕양구갑·을 지역구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두 의원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다. 해명대로 자식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 지원했고 실력이 좋아 취업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녀들이 취업하려던 직장을 알았다면 한 번쯤 만류했어야 했다.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정말 문제가 될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로스쿨을 나온 국회의원의 자녀라면 소위 '갑 중의 갑'일 터. 두 의원은 오늘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심정이 어떨지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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