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월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함

현대 한국정치사의 거목이자 민주발전을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감하고 역사 속에 묻혔다. 지난달 폐렴으로 입원했으나 쾌차하지 못하고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에 대한 불굴의 저항으로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정치인이다. 투옥과 사형선고, 해외망명과 납치살해 기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치적 박해와 탄압을 이겨낸 ‘인동초’이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을 두고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도 그가 이룬 민주화의 공로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는 또한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화해와 한반도 긴장완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6ㆍ15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간 평화공존의 시대를 열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제15대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운 경제를 물려받았지만 이를 조기에 극복해 세계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특히 금모으기운동 등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고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을 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7년 6ㆍ10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가 다시 이뤄졌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군사정권 연장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자신이 지역감정의 피해자였으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국민화합을 이루는 데 성공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대정치사에서 경쟁과 협력을 거듭하던 ‘3김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김 전 대통령까지 잃은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큰 뜻을 되새겨 국민통합과 경제회생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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