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사장들이 만나 담판지어라

연성주(생활산업부장) sjyon@sed.co.kr

풀릴 듯 풀릴 듯하던 카드 수수료 분쟁이 어느덧 넉달째에 접어들면서 해를 넘길 조짐이다. 한 달여 전 일부 할인점이 수수료 인상을 전격 수용하면서 사태 해결이 급진전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양측이 협상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할인점과 카드업체는 지금 고객을 볼모로 비겁자 게임(chicken game)을 하고 있는 꼴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약한 측이 먼저 물러서라며 자신은 한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카드사태 이후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고객에게 죄송스럽다”느니 “고객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이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구나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고객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들인 신세계 이마트와 비씨카드의 사장님들께 고객의 한사람으로 올린다. 첫째, 수수료 분쟁에 고객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연체 한번 안하고 연회비 꼬박꼬박 내는 카드를 안받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일이다. 할인점은 일단 카드를 받고 나중에 협상을 해서 차익을 계산하는 방법이 올바른 수순이다. 또 카드업체도 일방통행식으로 인상시점을 통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결코 고객을 볼모로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려 해서는 안된다. 둘째, 이번 분쟁이 단지 수수료 차이 때문인지 묻고 싶다. 할인점과 카드업체는 현재 0.1~0.2%포인트의 수수료 차이를 놓고 몇 개월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수수료 0.1%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40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이익이 5,000억원이 넘게 나는 기업의 목줄을 죌 정도는 아니다. 이는 카드업체도 대동소이하다고 본다. 돈 문제보다는 상대방 길들이기의 성격이 짙다. 셋째, 카드업체는 수수료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카드업계는 시장경제에서 원가를 공개하고 장사를 하는 기업이 어디에 있느냐고 주장하지만 이번은 케이스가 다르다. 국내 카드업계는 카드부실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다. 카드업체가 아무리 항변해도 소비자나 가맹점들에 카드사태의 부실을 전가시킨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의혹을 씻기 위해서도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편법은 사태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 이마트가 대안으로 내놓은 직불카드는 시장에서 이미 실패한 제도다. 이마트는 고객이 직불카드로 결제를 하면 수수료만큼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직불카드 사용이 한 달이 지났지만 결제비율이 별로 높아지지 않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비심리가 4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위환위기 ??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소비심리가 최악인 상태에서 카드분쟁은 길면 길수록 내수회복을 더디게 한다. 내수가 살아나면 최대 수혜자는 다름아닌 할인점과 카드업체가 아닌가. 월간 이용고객이 1,500만명인 이마트와 회원수가 2,600만명에 달하는 비씨카드는 내수를 주도하고 있는 양대산맥이다. 양사의 사장이 직접 나서야 이번 사태가 종식된다. 두 회사 사장들은 사태 이후 단 두차례 만났는데 공식적인 만남도 아니라고 한다. 사장들은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 문제는 실무자에게 맡기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장들이 직접 만나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 서민들이 카드마저 골라 써야 한다면 정말 피곤하고 짜증나게 마련이다. 고객들을 짜증나게 하면서 할인점과 카드사들이 이익을 챙기면 속이 편할 수 있겠는가. 구학서 신세계 사장과 이호군 비씨카드 사장이 올해를 넘기기 전에 직접 만나 담판을 짓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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