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품행제로'학생들에게 돈 뜯고, 싸움질 하고, 수업 빼먹기 일쑤인 문덕고의 '쌈장' 박중필(류승범)은 학교의 똘마니들로부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다. 중필을 전설로 만든 것은 주먹실력과 거침없는 말발외에 "궁색한 변명을 수학공부보다 싫어한다"는 특유의 카리스마다.
80년대 당시 젊음의 상징이던 로라장 관리며, 뒷골목을 무대로 '삥 뜯기'와 '춘화(春畵)사업'을 일삼던 그에게 어느날 일생을 뒤바꿀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돕다가 정란여고의 우등생 민희(임은경)를 만나는 것이다. 보는 순간 중필과 민희의 눈길은 서로에게 향하고, 뭔가 '필'이 통한다.
그에게 첫사랑이 온 것이다. 중필은 전학생 영만이 민희와 함께 기타 교습소에 다닌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덜컥 등록을 한다. 함께 기타를 배우며 중필은 자연스럽게 민희와 가까워진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에는 장벽이 많다. 오래 전부터 중필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정란여고 오공주파의 나영(공효진)은 민희가 중필과 사귄다는 것을 알게되자 민희를 협박한다.
한편 문덕고에는 싸움꾼 상만이 전학을 오고, 중필의 '짱'자리가 위협당한다.
'거짓말'연출부 출신의 조근식감독의 데뷔작 '품행제로'(제작 제공 케이엠컬쳐,배급 청어람)는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가 하이틴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80년대를 배경으로 모범생과 불량학생의 사랑을 깔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그 시절 한 학교에 한 두명씩은 있었던 1~2년쯤 '꿇은' 'XX형'이 등장하고 그의 싸움질을 봤던 몇몇 학생들의 입소문을 통해 학교의 신화로 만들어지고 그들 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가끔 심심잖게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아기자기한 상황들이 빚어내는 즐거움과 등장인물들의 만화적 캐릭터들이 재미있다.
영화는 한 남학생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중필의 활약상을 알려주는 일종의 '뻥'이다. 다른 학교의 태권도부를 혼자 힘으로 때려눕혔다는 무용담. 그 무용담은 태권도 부원들이 하늘로 붕붕 나가떨어지는 특수효과와 80년대를 풍미했던 '로버트 태권V'의 주제가로 화려하게 장식된다. 30, 40대에게 80년대는 추억의 현장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80년대는 촌스럽지만 정감있는 신세계인것이다.
나무 책상위에 새겨놓은 낙서나 책장 넘기며 만들어내는 '활동만화'등 그 시절 학생들이 했던 장난은 사실적이다.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구봉서 .'식의 숫자세기난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따위의 대사도 정겹다. 반달가방에 신발은 '나이스'운동화, 헤어고정제인 '웰라폼'을 머리에 바르고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도 옛날 그대로다.
영화의 힘은 상영시간 100분을 종횡무진하는 주인공 류승범의 연기력에 있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애드립 연기가 일품인 그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살아있는 연기와 표정으로 관객을 웃긴다.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