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허리띠 졸라 매고… 몸집 줄이고… 돈 되는 건 다 판다

■ 기업 현금확보 백태<br>조선·해운 회사채 발행 늘려 실탄확보<br>철강·정유 비핵심계열사 등 대거정리<br>신용등급 따라 빈익빈부익부도 심화<br>삼성은 주말 반납한 채 비상임원회의




삼성, 주말에 비상회의… 대체 뭔 일?
허리띠 졸라 매고… 몸집 줄이고… 돈 되는 건 다 판다■ 기업 현금확보 백태조선·해운 회사채 발행 늘려 실탄확보철강·정유 비핵심계열사 등 대거정리신용등급 따라 빈익빈부익부도 심화삼성은 주말 반납한 채 비상임원회의

김광수ㆍ김현상ㆍ김흥록기자bright@sed.co.kr
































"가뜩이나 자금난이 심해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웅진그룹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자금이 더 돌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되면 버티지 못하는 회사들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재계 순위 30위권의 한 중견 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침체에다 웅진그룹 마저 무너지면서 우리와 같은 중견기업은 자금 압박의 강도가 더 심해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A-'등급인 웅진홀딩스의 회사채가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면서 중견기업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현금에 여유가 있는 삼성그룹 모 계열사의 경우 긴축경영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생산성 향상'운동도 펼치고 있다. 자금을 아끼고 줄이는 것으로 부족하다 보니 한 푼 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이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심지어는 CFO 주재로 주말도 반납한 채 임원회의를 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연말에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와 내수 위축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극히 일부 기업들이 현금이 늘어나는 것도 생존을 위해 돈을 안 써서 그런 거지, 신규 이익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돈 되는 것은 다 파는 조선ㆍ해운 업계 =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ㆍ해운업계 등은 자금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는 기본이고 보유 지분 및 자산, 계열사 등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아 불황을 견딜 자금을 미리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물량이 급감한데다 선박 건조대금 지급방식이 선수금은 줄고 선박 인도 때 절반 이상을 지급하는 '헤비 테일' 방식으로 변하면서 선박 건조를 위한 운영자금이 크게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올 들어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현대중공업이 올 들어 모두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발행규모도 각각 1조2,000억원, 5,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또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7월 보유 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320만주를 7,46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조선과 해운이 불황에 빠진 STX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STX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4,000억원 규모의 STX에너지 지분을 일본 오릭스에 매각하기로 했고 9,000억원에 이르는 STX OSV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시황 악화에 따른 자금난으로 일제히 자금 확보에 나섰다. 현대상선은 7월 3,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현재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업황에 타격을 입으면서 현대그룹도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현대그룹은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7월 서울 연지동 사옥을 2,262억원에 코람코자산운용에 매각한 바 있다. 자금사정이 더 나쁜 중소 해운사들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법정관리 해운사에 대한 사후적 부채탕감액만 2조원에 이른다. 이종철 선주협회장은 이와 관련 "해운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법정관리 전) 조기에 이뤄졌으면 한다"며 "정부 지원에 따른 자금조달로 유동성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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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정유 업계도 사활 건 전쟁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자금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포스코는 보유지분 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경영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연말까지 수익성이 나쁘거나 사업이 중복된 비핵심 계열사 10여곳 이상을 정리할 계획이며 4월에는 보유 중이던 SK텔레콤ㆍKB금융지주 등의 지분을 매각해 5,8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내 4위 철강업체인 동부제철의 경우 앞으로 6개월간 전 임직원 임금의 30%를 자진반납의 형태로 삭감하기로 했다.

정유업계도 올 들어 잇따라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하반기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GS칼텍스는 7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총 1조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에너지도 올 들어 총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현대오일뱅크와 S-OIL 역시 각각 5,500억원과 5,0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은 물론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곳도 있다. GS칼텍스는 6월 비핵심 자산을 에너지전문 사업지주회사인 GS에너지로 매각하며 1조2,000억원 가량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자금시장, 일부 기업 집중 현상은 착시 = 한편 자금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금융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10억달러 규모의 달러 채권 발행을 성사시켰다. 발행금리는 지난해 말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발행한 채권금리와 비교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특히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당초 발행 예정 금액의 3.6배에 달하는 투자수요가 몰려 채권시장에서 현대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문제는 이것이 전체 기업의 자금 시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점차 자금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은행 대출 확대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마저도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수준이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인하는 미미하거나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인 극소수 기업에게는 오히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놓을 좋은 시기라는 아이러니가 있다"면서 "최근 대규모 회사채 발행 추이만 살펴봐도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제계에서는 정책금융 등 일회성 단기처방보다는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수익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기업 자금사정을 개선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현재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은 수출과 내수 동시 침체로 수익성이 저하되며 벌어진 현상"이라며 "이런 때에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기업활동을 옥죄기보다는 수출지원 및 내수활성화에 집중해 기업들이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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