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은행들이 세계 5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가 필요하지만 국내 보다는 해외 은행 M&A를 통한 대형화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의 매각에 따른 ‘메가뱅크’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주장이어서 관심을 끈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9일 발표한 ‘세계 50대 은행의 국가별 분포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독과점 폐해를 막고 업무다각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 간 합병 보다 해외 은행 M&A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은행들은 대부분 자생적 성장보다 M&A를 통해 대형화됐다”며 “유럽 은행들은 독과점 폐해를 막고 업무 다각화를 위해 해외 은행과 합병을 통해 50위권에 진입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사례로 스페인의 산탄데르(Santander) 은행을 꼽았다. 이 은행은 자산 기준 세계 14위이지만 자국 내 사장점유율은 16%에 불과해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나 있다.
연구소는 “국내 은행들이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등을 M&A하면 세계 50대 은행에 근접할 수 는 있지만 규모의 대형화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곤란하다”며 “유럽처럼 해외 은행과의 합병 추진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 상위 20개국 중 50대 은행이 없는 국가는 한국(GDP 순위 15위), 인도(11위), 멕시코(14위), 터키(17위), 인도네시아(18위) 등 5개국뿐이었다. 기본자본 기준 국내 1위인 국민은행은 세계 50위 은행 대비 63% 수준에 불과했고, 자산기준 1위인 우리금융지주는 50위권 은행 대비 58% 정도에 그쳤다. 반면 GDP 규모 상위 20위권 밖의 국가 중에서 스웨덴(22위)과 덴마크(31위) 등 선진국들은 50대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