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일자리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한해동안 80만명이나 늘어 정부 공식통계로 540만명에 다다랐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1년 360만명 이었으나 해마다 급증해 올해는 그 비중이 37%에 이르렀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지난 1년 동안 35만명이 줄어 최근 고용형태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과거 고연령과 저학력ㆍ단순직 등에 많았던 비정규직이 최근에는 20~40대의 핵심근로계층ㆍ고학력자ㆍ전문기술직 등에서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기업의 비정규직 선호현상은 투자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쉽고 인건비가 싼 데서 비롯됐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수출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 등을 맞추려면 비정규직을 불가피하게 늘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술혁신과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증가 등에도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부족한 현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면 실질 실업률의 상승과 비정규직의 증가는 막을 수 없는 추세로 고착화할 우려가 없지 않다. 오죽하면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에는 성장률 하락보다 고용 없는 성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겠는가. 비정규직의 증가는 가계소득의 양극화를 가속화시켜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노조는 과도한 연봉 등을 자제하고 비정규직 노조와의 상생을 지향해야 할 뿐더러 기업도 동일한 노동에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비정규직 확대를 자제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용의 질 악화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국가경제와 기업으로 되돌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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