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초 일본. 연일 치솟고 있던 주식이 폭락을 거듭했다. 뒤이어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곤두박질 치는 후폭풍이 몰아쳤다. 85년 이후부터 불기 시작했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꺼지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나친 낙관론으로 일관하며 “경제는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시민들을 달랬다. 정부가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은 도쿄의 평균 지가(地價)가 7년째 속락하던 1997년. 뒤늦게 종합토지정책을 내놓지만 집값은 최고가의 60%, 상업지는 80%까지 폭락한 뒤였다. 게다가 일본의 많은 직장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출금 상환에 인생을 저당잡힌 신세였다. 중산층 붕괴에 따른 경기하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동산 폭락으로 일본은 국가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경제 분석가인 저자는 일본을 장기 침체로 몰아갔던 부동산버블의 발생경위와 이를 벗어나기까지 지불해야만 했던 사회적 비용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책은 19세기 중반 일본 메이지 시대부터 사유화 했던 토지에 대한 일본인들의 환상을 설명하고 있다. 뒤이어 1960년대부터 있었던 세차례의 부동산 버블과 경제위기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저자는 그 중 90년대 부동산 대폭락으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에 포커스를 맞춘다. 책은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도쿄 중심지 상업지역에 이어 교외 아파트지역까지 가격이 폭락했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말해주고 있다. 특히 향후 부동산 가격과 관련 책은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등으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못지 않게 한국 역시 뿌리 깊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가구 당 평균 총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하고 있다는 최근 통계청의 발표 자료는 한국이 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책은 15년 전 벌어졌던 일본의 부동산 폭락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경고한다. 저자는 “과거 일본만큼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보장된 국가도 없었다”며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률이 낮아지고, 고령화 현상도 빨라지고 있어 지가 하락의 가능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