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의 현재 잠재성장률은 대체로 3% 후반대로 추정된다. 지난 1970~80년대에 9%를 상회하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곧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자원을 총동원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서는 4% 정도의 성장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 같은 데도 우리는 항상 4~5%대의 경제성장률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인적ㆍ물적 자원과 생산성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성장률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을 늘리거나 아니면 높은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현재 급속하게 진행 중인 인구의 저출산ㆍ고령화와 저축률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갈수록 노동력과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투입의 질적 향상과 기술력 제고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인적자본 확충도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20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하락해 오는 2031년에는 1%로 추락할 것이라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를 결코 과장된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자유무역 통한 경제영토 확대 필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방안들은 그 동안 무수히 제안된 바 있으나 이들이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데는 항상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각종 사회ㆍ정치적 갈등을 겪게 되면 애초의 정책취지가 왜곡되거나 정책의지마저 실종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강력한 정책의지로 추진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제고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 달성은 앞으로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경제통합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생산요소가 한정돼 있고 내수시장이 협소해 외부시장을 우리의 경제영역에 편입시키는 것이 실효성 있는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영토가 넓어질수록 외국의 자원과 노동력 활용뿐만 아니라 수출확대를 통한 자본축적, 그리고 선진기술 도입 등이 용이해진다. 즉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잠재성장률의 구성요건인 노동력ㆍ자원ㆍ자본 그리고 기술력 확보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9개의 FTA를 통해 총 46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어 칠레ㆍ멕시코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큰 경제영토를 확보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 한 건의 FTA도 없었던 국가가 불과 10년만에 세계 3위의 경제영토를 보유하게 된 셈이니 놀랄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제 중국을 비롯해 현재 협상 중인 일부 국가와의 FTA를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러시아ㆍ브라질 등 거대한 영토와 인구, 그리고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몇몇 나라와 추가적인 FTA를 체결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갖게 된다.
정부ㆍ기업 경쟁력 강화 적극 추진을
명심해야 할 것은 FTA 체결이 반드시 모든 경제영토의 소유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FTA를 통해 확장된 경제영토는 우리의 단독소유지가 아니라 FTA 체결 대상국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우리의 실질적 경제영토는 오히려 좁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상대국 기업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개발(R&D)ㆍ생산ㆍ디자인ㆍ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 역시 지속적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해 나가되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 FTA로 피해를 입는 계층에 대한 효과적 정책과 제도 정착도 경제ㆍ사회적 동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효과적인 FTA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