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출판시장 '문학전집 헐값 판매' 논란

집단번역·원서 끼워팔기로 반값 이하 파격할인 등장<br>"99.9% 독자 위한 기획" "우수 번역서 위축" 맞서

대형 출판사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한 소형 출판사가 단기 집단번역, 원서 끼워팔기 등으로 파격적인 할인 가격에 진입, 출판시장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출판사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번역으로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출판사들은 "질 낮은 번역으로 오히려 좋은 번역서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출판사 미르보컴퍼니는 지난해 2월 번역서와 영어 원서를 패키지로 한 '더 클래식 세계문학시리즈'의 '노인과 바다'첫 권을 낸 후 오는 3월 30권째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더클래식 문학시리즈 판매가 3월말이면 100만부를 넘어서면서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더클래식의 급성장에는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의 힘이 컸다.


민음사판은 번역본 5권이 정가기준 6만1,000원, 더클래식판 10권(번역본+원서)은 7만9,000원이다. 하지만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각각 5만4,900원과 3만9,500원에 판매된다. 문학분야로 분류되는 민음사판은 할인폭이 19%(포인트 적립 포함)로 제한돼 있지만, 더클래식판은 원서가 포함되면서 실용서적으로 간주돼 할인폭에 제한이 없다. 전자책(e북)에서는 가격차가 더 심하다. 더클래식은 9,900원으로, 민음사(3만6,600원)의 30% 가격도 안된다. 책은 10권이지만 가격은 오히려 3분의1 수준으로 헐값에 팔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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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헐값에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집단 번역, 원서 끼워팔기에 더해, 실용서 분류로 정부의 도서정가제 할인폭 제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전집은 통상 전문가 1인에게 장기간 맡겨왔지만 집단번역체제를 갖춘 업체에 싸게 2~4주의 단기에 맡기고, 원서까지 끼워 팔면서 문학전집 분류에서도 벗어나게 된 것이다. 전문 번역가에게 맡길 경우 계약금과 인세 10%를 지급하고 3~5년에 걸쳐 번역한다.

더클래식이 급속하게 시장을 파고들자 민음사,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등 기존 대형출판사들은 애초에 경쟁상대가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대형출판사 한 관계자는 "원작을 해당 언어로 바로 번역하기 위해 3~5년에 걸쳐 기획해 발간한 책을 단 몇 주만에 만들어진 책이 대체하고 있다"며 "하이에나 같은 기획출판 행태가 결국 좋은 번역서를 시장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클래식 관계자는 "더클래식 세계문학 시리즈는 초ㆍ중등 독자들 수준으로 쉽게 번역해 소비자들에게는 가격대비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0.01%의 고급 독자보다는 나머지 99.9%를 위한 기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출판사들도 할인폭 제한이 없는 세트판매로 홈쇼핑ㆍ온라인서점 등에서 최대 50% 할인판매하고 있다"며 "열린책들은 모바일 앱으로 권당 800원 수준에 제공하는 마당에, 신규업체로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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