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부품업계 '고사위기'
원자재값 상승·완성차업체들 가격인하 압력속中 업체선 저가공세…파산신청·해외이전 급증
미국 자동차 부품업계가 원자재값 상승과 완성차 업계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생산자재로 사용하는 금속 및 유화제품 가격은 올 들어 평균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 몇 주간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철강, 구리, 니켈, 납 등 원자재 가격이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초 철강재인 핫코일 가격의 경우 현재 톤당 660달러로 최근 1년간 123%나 뛰어올랐다.
이처럼 원가부담이 크게 높아졌지만 부품업체들은 원가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심지어 파산신청까지 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델피는 3분기에만 1억1,4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델피의 알렌 다워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가격 인하 요구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별로 없다”며 “4ㆍ4분기에 미국 내 4개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3ㆍ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비스테온, 타워오토모티브, 듀라오토모티브 등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도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 자동차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알코아의 경우 올해 말까지 오하이오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길 계획이다.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인 시테이션과 인터메트 같은 경우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은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앞 다투어 생산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비용압박, 저가경쟁, 매출감소 등 3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기자 bk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0-20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