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비리 공직자 변호사 만들기?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등록'이라는 절차다.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다고 변호사로서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마친 후에야 변호사로서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국가의 협회에 등록해야 활동이 가능하다. 역사적으로는 중세의 길드 제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누구나 신청만 한다고 등록이 되는 것인가. 아니다. 10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등록심사위원회를 거쳐 법이 정한 등록거부 사유가 있는지 판단 받아야 한다. 변호사 아닌 외부위원이 5명이나 있는데다 동 위원회는 법에 따라 독립적인 결정을 하므로 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의지나 판단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문제는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함에도 변호사법상 등록거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자가 등록신청을 했을 때다. 등록심사위원회를 거쳐 아무리 철저한 심사를 한다고 해도 법이 정한 등록거부 사유가 없다면 그를 변호사로 받아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공무원 재직 중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퇴직한 자는 변호사로 등록할 수 없다. 그런데 징계처분을 받기 전에 공직에서 사퇴했다면 현행법상 그 사람의 변호사 개업을 막을 수는 없다. 도의적인 비난은 별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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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같은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은 무조건 변협을 비난하기 일쑤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느니 '초록은 동색'이라느니 하며 법조계 전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잠잠할 만하면 몇 달에 한 번씩 변호사단체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며 구설수에 오른다.

언론은 변협을 차가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여론몰이를 하기도 한다. 비위 변호사들의 변호사 개업을 막지 않는 게 아니라 막지 못하는 것인데도 불신은 또다시 불신을 낳고 스스로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제아무리 자정노력을 통해 불신과 의혹을 해소하려 해도 역부족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변호사법 개정에서 찾아야 한다. 변협이 법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등록심사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주고 도덕과 법의 경계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면 등록거부 사유를 넓게 설정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과거 비위행위를 저지른 자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변호사가 될 수 없다거나 파면·해임이 아닌 면직처분을 받은 검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도 거부하게 하는 등 등록거부 사유를 넓히는 여러 개정안이 현재 19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설령 변호사가 된 다음이라도 일정 기간 그 비위행위 내지 징계조치의 내용을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예전에도 변호사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국회가 나서서 입법적인 해결을 해주기를 촉구한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을 먹고 자라온 그간의 포퓰리즘적 비판도 사그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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