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원부성 원기업 회장, '디자인폴' 앞세워 미국·유럽 전신주시장 공략

콘크리트 사양화에 원가 낮춘 신개념 대리석 제품 개발

작년 美 납품 시작… 올 하반기 50만 달러 수출 기대

최근 중량 30% 줄이고 강도는 높인 디자인폴2 선봬

"유럽 중견 업체와 맞손 글로벌 시장 개척도 나설 것"

원부성 원기업 회장이 디자인폴 제품 앞에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원기업

약 15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쏟아 개발한 대리석 돌기둥(Marble pole)으로 미국 시장의 높은 벽을 넘어선 불굴의 중소기업인이 있다. 세계 최초로 디자인을 입힌 가로시설물 '디자인폴' 제조업체인 원기업의 원부성(61·사진) 회장이 그 주인공.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빅 베어시에 제품이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지난 세월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원 회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을 만나 "마치 콜럼버스가 힘든 항해 끝에 미국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 첫걸음을 내딛는 것과 같은 뜨거운 감동이었다"며 당시의 벅찬 감동을 전했다.

원기업의 전신은 원 회장의 부친인 고(故) 원용선 회장이 세운 삼원기업.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전주를 만든 회사다. 부친이 콘크리트 전주사업에 투신한 이유는 나무 전주를 만들기 위한 벌목으로 국토가 황폐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가업을 이어 받은 원 회장은 2000년대 들어서며 레드오션으로 전주 사업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콘크리트 사업의 사양화 추세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우연치 않게도쿄 인근 오다이바에 설치된 가로시설물을 발견하고는 '바로 이게 내가 갈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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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의 요시모토폴에 삼고초려한 끝에 2008년 기술 이전 약속을 받아냈지만 이후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매출을 내지 못해 매년 수십 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가장 핵심인 연마 기술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 150억원을 넘었다. 불굴의 집념으로 원 회장은 제조 원가를 기존 제품의 4분의1 수준인 200만원 대로 낮춘 '디자인폴'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폴은 콘크리트에 규사나 실리카 등 천연석을 혼합, 연마 가공해 만든 일종의 대리석 돌기둥이다.

하지만 기존 콘크리트 전신주에 비해 값비싼 디자인폴을 선뜻 구매하는 수요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원 회장은 곧바로 선진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지난해 여름 15만 달러의 처녀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섰다. 원 회장은 "현재 빅 베어시에 4만 5,000달러 1차 수출을 시작으로 수십만 달러 주문이 대기 중인 것을 비롯해 롱 비치, 샌디에이고, 휴스턴 등 수출 물량이 예정돼 있어 올 하반기 50만 달러의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미주 지역에서만 내년에 200만 달러, 2017년에 500만 달러 수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원 회장의 관측이다.유럽 전역에 23곳의 현지 지사를 두고 있는 중견 조명 업체와 손잡고 유럽 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원 회장은 "가로시설물인 디자인폴과 파트너사의 LED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기업의 혁신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원 회장은 최근 기존 제품보다 강도는 높이고 소재는 단순화해 가격을 100만원대로 끌어 내린 '디자인폴2'를 최근 개발했다. 그는 "공장 뒤에 돌산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캐서 이를 배합하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을 확 낮췄다"면서 "본체를 슬림화해서 중량도 30% 줄인 만큼 물류비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도 고급 수요처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국내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현장을 타깃으로 하는 B2G 방식이었지만, 고급 타운이나 카지노 등 B2B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원 회장은 "내후년 완공 예정인 송도의 카지노에 디자인폴을 설치하기로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면서 "카지노 부지 전체 규모가 11만평에 달하는 만큼 실제 설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대형 계약"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낸 원기업은 올해 50억원, 내년에 100억원, 내후년 200억원으로 2배씩 성장하고 2020년에는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로 달성하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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